[진도 여객선 침몰]"누구세요?" 실종자가족 두번 울리는 불청객

  • 등록 2014-04-19 오후 6:19:38

    수정 2014-04-19 오후 6:19:38

[진도=이데일리 나원식 기자] “자, 이제 하고 싶은 말 해봐.”

19일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 40대 초반의 남성과 함께 한 여성이 갑자기 인터뷰를 자처했다. 이 여성의 ‘아는 오빠’라고 자처한 남성은 주변에 있던 취재진들에게 “이 여자가 할 말이 있다고 한다”며 인터뷰를 부추겼다.

본인을 채 모씨라고 밝힌 여성은 “언론과 정부가 국민들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입을 뗐다. 그는 그러면서 “내가 너무 답답해서 나왔다”며 “모두가 거짓말을 하고 있고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남성은 “이제 화가 풀렸느냐”며 취재진들에게 전후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 여성과 함께 밥을 먹다가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한 정부와 언론의 대응에 너무나 화가나고 본인도 죽고 싶다고 하기에 이곳에 데려왔다는 설명이었다. 그는 그러면서 “정말 죽으면 안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채 씨의 ‘인터뷰’가 끝나자 이 남성은 주위에 있던 경찰들에게 “내 차가 있는 곳까지 이 여성을 데려다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경찰들이 “당장 차가 없으니 모셔다 드리겠다”고 하자, “지금 우리가 이런 기분인데 차가 한 대도 없는 게 말이 되느냐”며 따져 묻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결국 30여분 간의 실랑이 끝에 구급차에 타 인근 병원 응급실로 갔다. 오랫동안 이들을 지켜보던 실종자 가족들은 모두 허탈해 했다.

이에 앞서 정부 측 수사 담당자들이 브리핑을 하기 위해 만든 공간에도 불청객이 나타났다. 이날 오전 실종자 가족들은 3~4 시간동안 어떻게 하면 실종자들을 구조할 수 있을지 논의하고 있었다. 이 가운데 한 60대 남성이 “이렇게 논의해봤자 소용없다”며 “사람들이 죽든 안 죽든 정부 대책반의 말을 들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해 주변 사람들의 원성을 샀다.

그는 결국 옆에 있던 한 실종자 가족에게 “이 사람은 그냥 전주에서 올라온 일반 시민이다. 가족이 아니다”라고 지적받고 자리에서 쫓겨나야 했다.

이처럼 가족들이 실종자 구조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팽목항과 진도 실내체육관에는 실종자 가족이 아닌 사람들이 한 데 뒤섞여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에 실종자 가족들은 가족임을 확인할 수 있는 명찰을 만들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한 실종자 가족은 “왜 이런 것을 모두 우리가 해야 하느냐”며 “정부는 뭐하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외에도 진도에는 여러 정치인들과 언론인들, 자원봉사자들이 모여들어 실종자 가족들의 불신을 사고 있다. 일부 자원봉사자들은 현장에서 기념사진을 찍다가 실종자 가족에게 구타를 당하는 일도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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