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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혼란스럽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신종 오미크론 변이를 두고 내뱉은 첫 마디다. 가뜩이나 불확실한 인플레이션 전망을 더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는 게 파월 의장의 토로다. 오미크론 변이가 인플레이션을 높일지, 아니면 내릴지 예측이 더 어려워졌다는 의미로 읽힌다.
연준의 혼란에 이목이 집중되는 건 현재 통화정책 전환기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시장은 당초 연준이 내년 이후 긴측 속도를 끌어올릴 것으로 내다봤는데, 파월 의장의 작심 토로에 혼란이 가중되는 기류다. 일각에서는 연준이 긴축 타이밍을 놓치고 인플레이션이 걷잡을 수 없이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파월의 첫 마디 “인플레 전망 혼란”
29일(현지시간) 연준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30일 의회 상원 출석에 앞서 배포한 서면 답변에서 “최근 코로나19 감염 증가와 오미크론 변이의 출현은 고용과 경제 활동에 하방 위험으로 작용하고 인플레이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월가에서는 파월 의장이 ‘일단 좀 지켜보자’는 정도의 언급을 할 것으로 봤다. 예상보다 직접적이었던 셈이다.
파월 의장의 말마따나 최근 회복 기미를 보였던 공급망 대란이 지속한다면 인플레이션 상방 리스크는 커질 수 있다. 파월 의장은 이례적으로 구인난 심화까지 거론했다. 닐 시어링 캐피털 이코노믹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오미크론 변이는 일부 노동자들을 일시적으로 이탈시키고 다른 노동자들을 일터에 복귀하지 못하게 하면서 노동력 부족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월가의 한 채권 어드바이저는 “연준은 인플레 충격에도 고용 부진을 이유로 긴축 속도를 다소 늦춰 왔다”며 “오미크론 변이에 따른 불확실성이 이런 연준을 더 고민스럽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은 급격히 상승한 인플레이션 여파로 올해 11~12월 테이퍼링(채권 매입 축소)을 실시하기로 했고, 시장은 내년 긴축 속도가 추가로 빨라질 것으로 봤다. 늦어도 내년 중반이면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게 시장 컨센서스였다. 그런데 이번 오미크론 변이로 연준 통화정책은 ‘손발이 묶이는’ 처지에 몰릴 수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아진 것이다.
파월 의장이 직접 말하지는 않았지만, 오미크론 변이가 인플레이션 하방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 역시 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69.95달러에 마감했다. 최근 한때 배럴당 80달러 중후반까지 갔다가 이번 충격에 단박에 폭락한 것이다. 실제 경제 봉쇄가 현실화한다면 에너지 수요는 감소하고 가격은 하락할 수 있다.
문제는 이처럼 오미크론 변이의 영향이 불확실하다 보니 연준이 관망 모드로 들어설 수 있다는 점이다. 월가에서는 벌써부터 연준이 내년부터 테이퍼링 속도를 늦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또다른 월가 금융사의 펀드 매니저는 “일부 인사들이 연준의 긴축이 늦었다고 하는 건 잘 알려져 있다”며 “연준이 또 머뭇거린다면 비판의 강도는 세질 것”이라고 전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현재 1년 기대인플레이션율 중간값은 5.7%다. 연준 목표치(2.0%)의 세 배에 달한다. 그럼에도 연준이 또 긴축을 늦추고 인플레이션이 추가로 치솟을 경우 ‘정책 실기론’이 본격화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그 다음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높이고 경기 침체를 야기하는 ‘나비효과’를 부른다는 점에서 가볍지 않은 부작용이다.
파월 의장은 이같은 상황을 의식한듯 “높은 물가 상승률이 생필품 가격 인상을 감당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심각한 부담이 될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며 “미국 경제와 강한 노동시장을 뒷받침하면서 높은 물가 상승률이 고착화하지 않도록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연설에서 “현재 사용하는 코로나19 백신이 오미크론 변이에 대해 얼마나 강력한 효과가 있는지 파악하려면 몇 주가 걸릴 것”이라면서도 “패닉을 초래할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과는 달리 다소 긍정적인 뉘앙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