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꿈틀'…인플레 둔화·경기회복에 '찬물' 우려

국제유가, 최근 80달러 돌파…100달러 전망 잇따라
사우디 "9월까지 100만배럴 감산 지속…필요시 연장"
러 "9월 30만배럴 감축"…아람코 亞·유럽 원유가격↑
인플레 재발·채산성 악화 등 경제회복 지연 우려 확산
  • 등록 2023-08-06 오후 1:42:39

    수정 2023-08-06 오후 7:17:27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국제유가가 다시 꿈틀대며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는 가운데, 유가 상승시 미국 등의 인플레이션 둔화에 찬물을 끼얹고 글로벌 경제 회복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의 경기회복이 상승폭을 결정하는 최대 변수로 꼽혔다.

(사진=AFP)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거래일대비 1.56% 오른 배럴당 82.8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주간 기준으론 2.78% 올라 6주 연속 상승세를 지속했다. 이는 작년 6월 이후 최장 기간으로, 이 기간 동안 WTI 가격은 19.75% 급등했다. 런던 ICE거래소에서 북해산 브렌트유 10월물 가격도 전거래일대비 1.3% 상승한 배럴당 86.24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 한 주 동안 브렌트유 가격은 2.2% 뛰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지난 3일 자발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하루 100만배럴 감산을 최소 9월까지 계속하고, 필요시 추가 연장할 수 있다고 밝힌 데 따른 영향이다. 같은 날 러시아도 9월 한 달 간 원유 공급량을 하루 30만배럴 감축한다고 예고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한때 120달러를 넘어섰던 국제유가는 각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약화 전망으로 작년 말 80달러 내외 수준으로 떨어졌고, 올해 상반기엔 70달러대에서 횡보했다. 하지만 지난 6월 사우디가 7월부터 원유 생산량을 하루 100만배럴 자발적으로 감산하겠다고 밝힌 이후 국제유가는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고, 최근 80달러선을 돌파했다.

이런 상황에서 사우디의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는 아시아와 유럽으로 수출하는 아랍 라이트 원유(경질유) 가격을 인상했다. 9월 아시아 시장에 판매 예정인 아랍 경질유 가격은 벤치마크(두바이유) 대비 배럴당 3.5달러 높은 가격으로 책정됐다. 이는 종전 가격에서 배럴당 0.3달러 인상한 것이다. 아시아의 전체 원유 선적량 가운데 아람코가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달하며, 주로 중국, 한국, 일본, 인도로 수출된다. 지중해에 판매하는 아랍 경질유 가격은 배럴당 1달러 인상해 벤치마크(브렌트유) 대비 4.5달러 높은 가격으로, 유럽 북서부에 판매하는 같은 등급의 원유는 배럴당 2달러 인상해 벤치마크보다 5.8달러 높은 가격으로 각각 정해졌다.

이에 국제유가 상승세가 가속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작년 고점까진 아니더라도 다시 세자릿수로 회복할 것이란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사우디가 정부 재정지출을 감당하려면 100달러 수준의 국제유가가 필요할 수도 있다”며 추가 감산 가능성도 열어뒀다. 현재 사우디의 원유 생산량은 하루 900만배럴로 최근 수년래 최저 수준이다. 소시에테제네랄 역시 브렌트유가 내년 배럴당 100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스탠다드차타드는 98달러를 예상했다.

국제유가 상승은 농산물 재배를 위한 비료 가격부터 공장의 제품 생산 비용, 운송 비용 등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부문에 영향을 미친다. 가계의 장바구니 물가 부담 확대, 기업의 비용증가 및 채산성 악화 등으로 직결돼 전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조지프 맥모니글 국제에너지포럼(IEF) 사무총장은 ‘인구 대국’인 중국과 인도의 하반기 수요가 유가 상승폭을 결정하는 최대 변수가 될 것이라며 “두 나라는 하루 200만배럴의 새로운 수요 증가에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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