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숙 "국민엄마도 좋지만 이젠 도전 해야 할 때"

영화 ''무방비 도시'' 김해숙
  • 등록 2008-01-15 오전 11:44:00

    수정 2008-01-15 오전 11:44:00


[노컷뉴스 제공] 배우의 변신을 바라보는 관객은 행복하다. 예상을 뒤엎는 연기를 발견할 때 오는 짜릿함은 꽤 자극적이다. 영화 '무방비 도시(이상기 감독)'의 중견배우 김해숙이 이런 경우다.

드라마와 영화에서 톱스타들의 엄마 역할을 주로 맡은 까닭에 붙은 '국민 엄마'란 별칭이 김해숙에게 더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 김해숙이 연기한 영화 속 '강만옥'은 전과 12범 소매치기. 출소하자 마자 일을 제안하는 상대를 향해 보란듯이 면도날을 씹어먹는 독한 여자이기 때문이다.

인자하거나 때론 코믹한 엄마로 시청자와 관객을 찾았던 김해숙이 파격 변신을 선택한 이유가 있다.

"중견 배우 중에 강만옥 같은 파격적인 캐릭터를 제안받는 사람이 몇 명이겠어요. 시나리오를 받고 탐이 나서 덜컥 욕심부터 냈죠."

'국민 엄마'란 타이틀을 잃더라도 김해숙은 강만옥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국민엄미란 애칭은 정말 소중해요. 하지만 이젠 도전 해야 할 때에요. 출연을 결정하고 '이 나이에 무슨 도전이냐?'고 스스로 되묻기도 했어요. 배우는 끊임없는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믿음이 강해지더군요."

드라마 '가을동화', '진주 목걸이', '소문난 칠공주', '문희'와 영화 '해바라기'를 통해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던 김해숙인데도 갈증은 쉽게 없애지 못한 듯 보였다. 악착같이 '무방비 도시'에 달려든 이유도 연기적 목마름을 완전히 해결하고 싶어서다.

촬영을 앞두고 김해숙이 가장 먼저 시작한 건 머리카락을 자른 일이다. "칼로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독한 캐릭터를 위해" 쇼커트를 택한 김해숙은 당뇨병에 시달리는 인물의 느낌을 살리려고 체중도 60kg 가까이 불렸다. 화장은커녕 남루한 옷을 입고 한쪽 다리를 절뚝거리는 강만옥과 그간의 김해숙을 연길 짓기란 쉽지 않다.

김해숙과 김명민, 혈육지정의 애잔한 감정 풀어내

소매치기 조직의 날이 선 대결을 잔혹하게 그리는 '무방비 도시'가 단순한 액션 범죄영화에 그치지 않는 건 김해숙의 공이다. 형사인 아들 조대영(김명민 분)과 끊을 수 없는 모자의 인연으로 고통스러워 하고 끝내 운명의 선택을 받아들이는 과정은 혈육지정의 애잔한 감정을 전한다.

김해숙은 영화를 구성하는 여러 운명적 상황을 쪼개서 설명했다.

"강만옥과 조대영은 자르지 못한 모성으로, 백장미(손예진 분)와는 운명의 수레바퀴에 얽히죠. 30년 동안 쫓고 쫓긴 오반장(손병호 분)과도 운명의 굴레에서 만나요. 엄마와 아들, 인간 대 인간이기에 느끼는 운명인 거예요."

그중에서도 김해숙이 가장 주목한 건 '모성'이다.

"저도 엄마잖아요. 세상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그늘에 사는 엄마들도 있어요. 만옥처럼 자식에게 떳떳하지 못한 엄마도 있죠. 사회가 질타해도 그들은 엄마예요. 그 모성은 어느 엄마 못지않습니다. 만옥이 끝내 포기하고 싶지 않은 것도 모성이고요."


"중견 배우들의 갈증 해소해주고 싶어요"

김해숙은 '무방비 도시'의 클라이맥스 장면 촬영을 마치고 많이 아팠다고 했다.

마지막이란 약속을 받아내고 소매치기에 나선 강만옥과 제보를 받고 나타난 조대영이 빗속에 마주치는 장면을 일주일 넘도록 촬영하고 결국 앓아눕고 만 것. "평생 맞을 비는 다 맞았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체력적으로나 감정적으로 고된 이 장면을 찍는 일주일은 김해숙이 오랫동안 잊지 못할 시간이기도 하단다.

"영화를 본 저의 큰 딸이 울었다고 하더군요. 엄마가 출연한 많은 드라마를 보고도 절대 눈물 흘리지 않던 딸인데 '일단 딸을 울렸으니 절반은 성공했구나' 싶어요(웃음)."

영화를 찍는 중에도 두 편의 드라마를 함께 촬영했고, 지금은 무려 세 편의 드라마에 출연 중일 정도로 왕성한 연기 욕심을 부리는 김해숙은 "취미도 연기, 삶의 에너지원도 연기"라고 연기 찬양론을 펼쳤다.

식지 않는 열정 덕분인지 김해숙이 꿈꾸는 역할 욕심도 대단하다.

"지금까지와는 철저하게 배제되는 인물을 연기하고 싶어요.'결국 엄마는 엄마였다'는 결론이 아니라 비현실적이고 독창적인 인물을 통해 중견 배우의 갈증을 해소해주고도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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