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20달러 점퍼·반값TV'..네덜란드서도 찾아오는 美블프

[뉴욕= 이데일리 김혜미 특파원] “쇼핑하려고 네덜란드에서 여기까지 왔어요. 아내와 함께 세 군데 정도 들렀는데 쇼핑에만 3000달러(약 347만원) 정도를 쓸 계획이예요. 모든 것이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지난 27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메이시스 백화점에서 만난 넬리스 마르티나(40)씨는 양손 가득 무겁게 쇼핑백을 든 채 신발코너에서 아내를 기다리고 있었다. 주로 가족들을 위한 옷과 신발 등을 구입한 그는 “비행기값 등을 감안하더라도 온 보람이 있다. 아내가 너무 좋아한다”며 빙긋 웃었다. 이날은 전통적으로 미국의 본격적인 연말 쇼핑시즌을 알리는 블랙 프라이데이로 미 전역 소매업체들이 초저가 미끼상품을 내걸고 일제히 소비자들을 유혹했다.

메이시스는 올해 9.99달러짜리 여성용 니트와 19.99달러짜리 패딩점퍼 등을 미끼상품으로 내걸었으며 커피 메이커와 믹서기 등은 30% 할인가격에 추가 15%를 더 할인해줬다. 특히 매년 큰 인기를 끄는 여성용 양털부츠와 화장품 등 대폭 할인상품은 일부 사이즈를 제외한 대다수 물량이 동이 났다. 인근 JC페니도 90달러짜리 부츠를 29.99달러로 할인하고 200달러짜리 냄비 및 후라이팬 세트를 79.99달러에 판매하는 등 수백가지 미끼상품을 내걸었다.

27일(현지시간) 오후 뉴욕 맨해튼 링컨센터 인근 베스트바이 매장에서 한 남성이 삼성전자 TV를 구입해 이동하고 있다.

올해 블랙 프라이데이에도 가장 큰 인기를 끌었던 것은 역시 TV였다. 지난 26일 미국 내 일부 베스트바이 매장에서는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의 초저가 TV를 먼저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의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베스트바이에서는 LG 43인치 4K TV를 399.99달러에, 삼성 60인치 4K UHD 스마트TV를 1499.99달러에서 약 절반 가까이 할인된 799.99달러에 판매했다. 애플의 13.3인치 맥북 프로는 가격을 200달러 낮췄고, 애플워치는 100달러 내렸다. 이밖에 스타워즈 장난감과 비디오게임 등도 인기 상품으로 꼽혔다.

다만 절반에 가까운 소매업체들이 추수감사절인 지난 26일 오후부터 영업을 시작하면서 블랙 프라이데이 매출은 예년에 비해 다소 부진한 편이었다. 미국 시장조사 기관 쇼퍼트랙(Shopper Trak)에 따르면 소매점은 올해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아 매출이 104억달러로 지난해 블랙프라이데이 매출액(116억달러)보다 10% 정도 감소했다. 온라인 구매가 일반화되는 상황에서 금융위기 이후 소매업체들의 연중 할인행사가 잦아져 블랙 프라이데이 매출 규모가 줄어든 것이다.

이와 함께 올해 추수감사절 당일 온라인 매출이 17억3000만달러(1조9999억원)에 이르는 등 매출이 분산된 점도 또 다른 원인으로 지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