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상봉]43년만에 불러보는 "엄마"…납북자 이산가족 극적인 상봉'

1972년 북으로 납치된 '오대양호' 사건 납북 어부 가족 상봉
40여년만에 만난 모자 "살아있어줘서 고맙다"
  • 등록 2015-10-24 오후 6:14:57

    수정 2015-10-24 오후 10:05:58

[금강산=공동취재단·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엄마!” 64세 초로에 접어든 노신사는 금세 20대의 청년으로 돌아간 듯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꿈에도 그리던 어머니를 본 순간 그의 입에서는 ‘엄마’라는 그리운 단어가 감탄사처럼 터져 나왔다.

1972년 서해상에서 조업 중 납북된 어선 오대양호 선원 정건목씨는 남에서 온 어머니 이복순(88) 할머니가 금강산호텔 단체 상봉장에 들어서자 달려나가 품에 안겼다.

그렇게 그리웠던 어머니의 품. 43년만에 만난 모자는 그렇게 서로를 부둥켜안고 지난 세월의 그리움을 한없이 흐르는 눈물로 대신 말했다.

이어 정씨는 같이 나온 부인 박미옥(58)씨를 가리키며 “며느리야, 며느리”라고 소개했다. 이복순 할머니는 처음 만난 며느리의 손을 잡고도 하염없는 눈물을 흘렸고, 정건목씨는 어머니와 같이 온 누나 정매(66)씨와 여동생 정향(54)씨를 끌어안고 한참 동안 눈물을 그치지 못했다.

정씨는 터져 나오는 눈물을 추스르고는 40여년간 아들 걱정에 편히 두다리도 못 뻗었을 어머니에게 “내가 다 알아”라고 말하며 안심을 시켰다. 정씨는 “사니까 이렇게 만나네요. 보세요, 얼마나 건강하게 사는지”라며 짐짓 늠름한 아들의 모습을 보였다.

이복순 할머니는 의젓한 아들의 모습에 하염없이 눈물만 떨어낼 뿐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런 어머니를 안타깝게 바라보던 정씨는 조용히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어머니의 눈가를 직접 닦아드리며 “어머니 살아계셔서 좋다”고 나직이 되내었다.

어머니 이 할머니 역시 상봉 전 소감을 묻자 “그냥 할말이 없다. 계속 울 것만 같다”면서도 “‘잘 살았구나’ 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하는 등 모자는 서로의 생존 소식만으로도 감사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건목씨는 우리 정부가 북측에 의뢰한 납북자 및 국군포로 중 유일하게 본인의 생사가 확인돼 이번 상봉에서 가족과 극적으로 만나게 됐다. 우리측에서는 당초 50명의 납북자·국군포로의 생사확인을 요청했고 이 중 19명의 생사가 확인됐으며, 본인이 생존한 경우는 정씨가 유일했다.

1972년 12월 서해상에서 홍어잡이를 하던 중 북한 경비정에 납치된 쌍끌이 어선 오대양 62호 선원 정건목씨는 당시 21세였다. 이 사건으로 정씨를 포함한 어부 25명이 북으로 끌려갔고 이후 이들의 생사는 알려지지 않은 채 40여년의 세월이 속절없이 흘렀다.

사진에 동그라미 친 사람이 정건목씨(사진=납북자가족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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