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서해상에서 조업 중 납북된 어선 오대양호 선원 정건목씨는 남에서 온 어머니 이복순(88) 할머니가 금강산호텔 단체 상봉장에 들어서자 달려나가 품에 안겼다.
그렇게 그리웠던 어머니의 품. 43년만에 만난 모자는 그렇게 서로를 부둥켜안고 지난 세월의 그리움을 한없이 흐르는 눈물로 대신 말했다.
이어 정씨는 같이 나온 부인 박미옥(58)씨를 가리키며 “며느리야, 며느리”라고 소개했다. 이복순 할머니는 처음 만난 며느리의 손을 잡고도 하염없는 눈물을 흘렸고, 정건목씨는 어머니와 같이 온 누나 정매(66)씨와 여동생 정향(54)씨를 끌어안고 한참 동안 눈물을 그치지 못했다.
이복순 할머니는 의젓한 아들의 모습에 하염없이 눈물만 떨어낼 뿐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런 어머니를 안타깝게 바라보던 정씨는 조용히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어머니의 눈가를 직접 닦아드리며 “어머니 살아계셔서 좋다”고 나직이 되내었다.
어머니 이 할머니 역시 상봉 전 소감을 묻자 “그냥 할말이 없다. 계속 울 것만 같다”면서도 “‘잘 살았구나’ 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하는 등 모자는 서로의 생존 소식만으로도 감사하는 모습을 보였다.
1972년 12월 서해상에서 홍어잡이를 하던 중 북한 경비정에 납치된 쌍끌이 어선 오대양 62호 선원 정건목씨는 당시 21세였다. 이 사건으로 정씨를 포함한 어부 25명이 북으로 끌려갔고 이후 이들의 생사는 알려지지 않은 채 40여년의 세월이 속절없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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