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대한항공(003490)이 한진해운홀딩스에 1500억원 자금지원을 결정하기 전 한진그룹은 조양호 회장 아래 한진-한진칼(지주회사)-대한항공 등 사업자회사들로 이어지는 SK그룹과 유사한 지배구조 체제를 가질 것으로 예상됐다. 한진해운그룹은 계열분리되는 시나리오였다.
대한항공이 자금지원과 함께 한진해운 지분 15.5%로 담보로 가져 오면서 이런 예상은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다. 한진그룹의 한진해운 측 지배 고리가 느슨해지는 커녕 더욱 단단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한진해운이 내년 실적도 호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점은 자금지원 만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음을 예상케 한다.
한진해운 측을 안고 가기 위해서는 1지주회사, 1지배회사체제가 유력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최상위지배회사인 한진과 지주회사 한진칼의 관계를 끊어 지주회사인 한진칼 아래 진에어, 한진관광 등을 두고, 한진 아래 대한항공-한진해운 측 계열사들을 두는 방식이다.
전용기 현대증권 연구원은 “대한항공의 한진해운홀딩스 지원과 한진해운 지분 담보권 설정은 대한항공이 한진해운홀딩스 지분을 계속 보유할 것임을 시사한다”며 “결국 한진그룹은 대한항공을 공정거래법상 한진칼의 자회사로 편입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움직임도 여전하다.
다른 애널리스트는 “그동안 한진해운홀딩스가 계열 분리를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한항공은 끝까지 한진해운 지분을 처분하지 않았다”면서 “애초부터 한진해운홀딩스의 독립 경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