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 강력한 긴축 신호가 나왔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금리 인상 시점을 앞당길 것이라는 점도표 변화와 함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밝혔다. 예상보다 강했던 긴축 신호에 뉴욕증시가 일제히 하락했고, 미 10년물 국채 금리는 1.5% 후반대로 치솟았다. 이에 원·달러 환율도 1130원대 탈환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15~16일(현지시간) 열린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CNB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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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간밤 뉴욕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거래된 원·달러 1개월물은 1132.1원에 최종 호가됐다. 최근 1개월물 스와프포인트(-0.10원)를 고려하면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1117.2원)보다 15원이나 급등해 출발할 것으로 보인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매파적 발톱을 드러낸 FOMC 결과에 반응하며 전일 1.5%중반대에서 후반대로 올랐다. 16일(현지시간) 오후 7시께 10년물 국채 금리는 전일 대비 0.011%포인트 상승한 1.581%를 기록하고 있다. 달러인덱스 역시 90포인트 중반대에서 91선까지 오르며 달러 강세를 보였다. 달러인덱스는 뉴욕증시 종가 수준보다 0.163%포인트 급등한 91.410을 기록하고 있다.
미 국채 급리 급등은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앞당길 것이란 점도표 변화에 따른 것이다. 연준 위원 18명의 위원 중 11명은 2023년 두 차례 이상 금리 인상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 차례 금리 인상 전망은 2명으로 총 13명이 2023년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내년부터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FOMC 위원도 지난 3월 4명에서 이날 7명으로 늘어났다. 테이퍼링 논의도 공식화했다. 제롬 파월 의장은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논의 개시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물가에 대해서도 연준이 기존 전망치를 상향 수정하면서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우려가 커졌다. 올해의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종전 2.4%에서 3.4%로,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예상치를 6.5%에서 7.0%로 각각 상향 조정했다. 그러나 연준은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인 2.0%를 일정 기간 웃돌더라도 이를 용인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하면서 물가 상승이 일시적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연준이 매파 분위기로 좌표를 틀자 시장의 위험선호는 급격히 위축됐다. 뉴욕증시는 일제히 떨어졌다.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77% 하락한 3만4033.67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0.54% 내린 4223.70에 마감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0.24% 하락한 1만4039.68을 나타냈다.
매파적 FOMC 영향에 국내증시의 외국인 매수 심리도 위축시킬 확률이 높다. 연준의 매파적 스탠스가 신흥국 증시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전일 사흘 만에 2343억원 가량 매수했던 외국인도 매도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최근 3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코스피 지수도 하락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연준이 조기 긴축 시나리오를 제시하면서 강력한 달러화 상승 요건이 갖춰졌다”면서 “매파적 FOMC 결과를 반영해 원·달러 환율은 갭업 출발 후 1130원대 안착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