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창조경제박람회에 유통기업 부스가 있는 까닭은?

  • 등록 2013-12-15 오후 2:25:58

    수정 2013-12-15 오후 2:25:58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12~15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창조경제박람회’에는 62개 스타트업과 34개 중견·중소기업, 9개 대기업 등의 부스가 전시됐다. 대부분 기술 및 아이디어 관련 기업들인데 눈길을 끄는 한 부스가 있다. 롯데그룹이 계열사인 ‘롯데백화점’·‘롯데마트’·‘롯데피트인’ 관련 내용을 전시한 곳이다. 과학 및 기술 기업들로 가득한 이 박람회에선 유일한 유통기업 부스이다.

박람회를 주최한 미래창조과학부는 우수 중소기업 제품발굴, 중기 해외판로 지원, 전통시장과 협력 등 롯데의 동반성장·상생협력 노력을 보여주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이를 보여주는 문구와 사진, 언론보도, 제품들이 전시돼 있다.

미래부 관계자는 “창조경제는 과학기술만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백화점에 전통시장 빵집을 입점시켜 소비자와 만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 등이 창조경제의 일환”이라며 부스를 설치한 취지를 설명했다.

실제 창조경제 개념에선 혁신적인 생태계 조성을 위해 스타트업과 중소·중견, 대기업 등의 상생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창조경제가 과학·기술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분야에 적용되는 통합적 개념이라는 점에서 유통기업 참여 또한 바람직하다.

그러나 일반 국민이 이러한 의도를 쉽게 알 수 있을까에 대해선 의문이 든다. 롯데 부스를 둘러본 주부 최모(60)씨는 “무엇을 의도하는 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중학생인 이용문(15)군은 “‘통큰 치킨’ 등의 아이디어 상품이 창조경제에 부합하기 때문에 전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대기업 부스들도 ‘상생협력’을 표방한 곳이 많았지만 관람객에게 자연스럽게 와닿을 정도로 인지시킨 곳은 많지 않아 보였다.

미래부가 ‘창업 활성화와 아이디어 구현’에 초첨을 둔 이번 박람회에 ‘상생’도 주요 개념으로 정했다면 대기업들의 상생협력 노력을 더욱 알기 쉽게 보여줘야 했다. 불공정 거래 논란이 많은 유통기업과 건설회사, 정보통신(IT) 기업 등의 상생협력 사례를 다양하게 소개하는 방식 등이다.

그런데 유통기업 전시장 한 곳 설치하고선 ‘상생협력도 창조경제의 하나’라고 말하면 누가 쉽게 수긍할 수 있을까. 정부가 온갖 좋은 개념이 포함된 ‘창조경제’를 말하고자 백화점식으로 보여주려한 것이라면 그리 성공적이지는 않은 것 같다. 국민들은 아직 창조경제의 명확한 개념도 자리잡히지 않았는데 말이다.

‘창조경제박람회’에 설치된 롯데그룹 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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