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련 혁신위 출범하자마자 계파갈등에 휘청

선결과제로 당 정체성 꼽자 비노계 의심 … 물갈이 경계심
김경협 의원 ‘새누리당 세작’ 발언에 반발, 분당론으로 경고
  • 등록 2015-06-14 오후 1:08:49

    수정 2015-06-14 오후 1:09:14

[이데일리 선상원 기자] 거친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고 거센 파도가 몰아쳐도 움츠려 들지 않을 거라고 했던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가 출범하자마자 계파갈등의 폭풍우를 만났다.

혁신위가 12일 첫 회의를 열고 선결과제로 내놓은 당 정체성 확립에 대해 비노계가 의심하면서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노계에서는 “친노진영이 주도한 19대 총선처럼 비주류를 배제하려는 것이냐”는 의구심이 퍼지고 있다.

정채웅 혁신위 대변인은 첫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 정체성에 대해서 정리하는 분야. 그리고 민주적 리더십 확립하는 방안 등 여러 분야를 얘기했다. 선결과제는 당연히 새정치연합을 어떠한 당으로 만들어 갈 건가 하는 당의 정체성 문제”라고 말했다. 그동안 김상곤 혁신위원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당 정체성 확립, 민주적 리더십 수립, 당 조직의 건강성 회복, 야당의 투명성 및 선명성 회복 등 4가지를 혁신위 과제로 꼽아왔다.

◇혁신위, 투명하고 공정한 혁신안 만들 계획 = 하지만 혁신위가 당 정체성 확립을 선결과제로 공식화하자 바로 반발이 터져나왔다. 비노계는 혁신위가 일방적으로 당의 정체성을 규정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한 의원은 “자신들이 세운 정체성에 어긋나는 사람을 제거하는 것이 혁신이 되는 셈”이라며 “외부인사가 정체성을 규정해서는 안 된다. 내부 구성원들이 충분히 토론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적 리더십 수립 뒤로 미루긴 했지만 공천개혁도 대표적인 계파 갈등의 뇌관으로 꼽힌다. 벌써부터 비주류 호남 의원들은 ‘호남 물갈이론’ 등에 경계심을 드러내면서 오히려 친노 인사들부터 ‘육참골단’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각을 세우고 있다. 비노진영에서는 한동안 잠잠하던 신당론·분당론이 다시 터져나오는 분위기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현재 최소한 4개 그룹에서 분당이나 신당창당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당내 신당파가 ‘창조적 파괴’를 할 수 있다”면서 “대신 앞으로 혁신이 잘 된다면, 이런 세력들도 다시 (당을 중심으로) 뭉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혁신위와 문재인 당대표 체제가 향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신당 창당과 분당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경고성 메시지다. 혁신위도 나름대로 계파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을 고심하는 모습이다. 혁신위는 당장 22일 광주로 워크숍을 떠나 호남 민심을 다독이고 비노계열 인사들을 적극적으로 만나 공정한 혁신안을 만들겠다고 설명하겠다는 계획이다.

◇비노계, 친노 지도부·혁신위의 중도 포기 비판 = 그러나 특정 계파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혁신위 입장이 얼마나 비노진영을 설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오비이락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대표적인 친노인사인 김경협 당 수석사무부총장은 트위터에서 네티즌과 논쟁을 벌이던 중 “새정치연합은 김대중·노무현 정신계승, 즉 친DJ·친노는 당원의 자격”이라며 “비노는 당원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김 부총장은 그러면서 “새누리당 세작들이 당에 들어와 당을 붕괴시키려 하다가 들통났다”며 비노계를 세작으로 지칭했다. 세작은 첩자를 가리킨다.

새누리당 세작 파장이 커지자, 혁신위원인 우원식 의원이 김 부총장의 발언을 강력 비판하고 나섰다. 김근태계로 분류되는 우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비노는 새누리당 세작? 뭔 이런 막소리가 있나!”라며 “그간 정치를 가장 어렵게 하고 국민의 신뢰를 잃게 한 것이 막말”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말을 세게 하는 것과 내부 동료에 대한 과도한 비판이 지지층을 모으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라면서 “혁신의 출발은 말을 가려 쓰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고 지적했다. 혁신위가 수습에 나섰지만 당내 파장은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다. 수도권 한 의원은 “(김경협 부총장 발언은) 비노계를 내쫓겠다는 얘기다. 강경좌파 중심의 혁신위가 정체성을 거론하는 것도 그렇다. 민주정책연구원의 영국 총선 분석이나 여론조사기관들의 4·29 재보궐선거 평가를 보면 중도를 못 잡으면 내년 총선에서 진다는 것인데, 친노 지도부와 혁신위는 반대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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