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르네상스' 언제 오나…공정위 맥주 규제완화 뒷전

공정위 '2017년 업무계획' 맥주 규제완화 빠져
하우스맥주 "서둘러 발표만 하고 계획은 없어"
  • 등록 2017-01-10 오전 7:41:18

    수정 2017-01-10 오전 7:41:18

[이데일리 김태현 기자] 다양한 맛의 국산 맥주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맥주 르네상스’의 길은 아직 멀어 보인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약속한 맥주 규제 완화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국내 맥주 시장 경쟁력 강화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5일 발표한 ‘2017년 업무계획’을 살펴보면 맥주 규제 완화에 대한 내용은 제외됐다. 애초 지난해 말 발표 예정이었던 맥주 시장 경쟁 촉진 방안은 올해도 나오기 어려울 전망이다. 정재찬 공정위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맥주시장 촉진안은 기획재정부·국세청과 협의를 진행 중인데 이견이 있어 관련 부처와 협의가 돼야한다. 공정위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사실상 맥주 규제 완화를 무기한 연기한 셈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맥주 업계는 반발하고 나섰다. 공정위가 맥주 규제 완화를 발표했던 지난해 초 수입 맥주 할인 문제가 수면으로 떠오르던 상황에서 단순히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서둘러 발표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맥주 시장 경쟁 촉진안을 검토했을 때부터 맥주 시장을 좀 더 관심 있게 살펴봤더라면 국세청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았을 것”이라며“제대로 된 검토 없이 서둘러 발표만 하다 보니 정작 중요한 협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당시 맥주 업계에서는 출고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수입 맥주가 할인 판매되면서 세법상 할인 판매가 어려운 국산 맥주를 역차별한다는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현재 국세청은 고시를 통해 국산 맥주가 출고가 이하로 할인 판매되는 것을 막고 있다. 그러나 출고가 정보가 없는 수입 맥주는 고무줄 같은 출고가로 할인 판매가 가능하다. 국세청은 국산 맥주 할인 판매는 시장을 교란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할인 판매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규제 완화가 이루어질 경우 가장 큰 수혜자로 지목되는 하우스맥주(소규모 맥주 제조업체) 업계 역시 실망감이 크다. 공정위는 대기업 맥주와 하우스맥주를 구분해각각 제조시설 허용 기준을 두고 있는 ‘칸막이성 규제’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마저도 요원해졌다.

하우스맥주와 일반 맥주업체는 맥주를 만드는 용기로 구분하는데 용기가 75㎘를 초과하면 일반 맥주업체, 이하면 하우스맥주로 분리한다. 그렇다 보니 용기가 75㎘ 초과하는 중형 하우스맥주는 대기업 맥주업체들과 동일한 취급을 받으며 혜택도 받지 못하고 있다.

현 주세법에 따르면 국내 하우스맥주의 연간 출고량 중 100㎘ 이하 수량에 대해서는 과세표준의 60%, 300㎘ 이하에 대해서는 과세표준의 40%를 덜어주고 있다. 한국마이크로브루어리협회의 관계자는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하우스맥주 입장에서는 아무리 맥주가 잘 팔려도 사업을 확장하는 걸 꺼리고 있다”며 “세제 혜택 구간을 세분화하거나 하우스맥주를 구분하는 기준을 바꾸는 등의 방안을 통해 중형 하우스맥주들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게 하우스맥주 시장 성장을 위해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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