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와글와글]211일간 ‘원샷법’에 무슨일 있었나

  • 등록 2016-02-06 오전 9:00:00

    수정 2016-02-06 오전 9:00:00

자료=이데일리DB.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이른바 ‘원샷법’이 지난 4일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법안이 발의된 지 211일 만입니다. 원샷법은 뭘까요. 우선 원샷법은 ‘기업활력제고특별법안’을 국민이 알기 쉽도록 한 별칭입니다. 원샷(one shot)은 ‘술이나 음료 따위의 한 잔을 한 번에 모두 마셔서 비운다’는 의미인데요.

기업이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거나 인수나 합병 등으로 사업 재편을 할 때 걸리는 시간이나 규제 등을 대폭 줄여서 글로벌 환경에 빠르게 대처하자는 게 원샷법의 취지입니다.

이 법안은 지난해 7월 9일 이현재 새누리당 의원이 정부의 요청으로 대표발의 했습니다.

그동안 야당은 ‘재벌·대기업 특혜법’이라며 반대해 왔는데요. 그래서 통과된 원샷법에는 이같은 우려를 감안해 몇 가지 제동 장치를 뒀습니다. 사업 재편 목적이 경영권 승계이면 승인을 거부할 수 있게 했고, 승인 취소 시 지원액의 3배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이 대표적입니다. 또한 법안의 유효기간은 당초 5년에서 3년으로 줄었습니다.

법 발의에서 통과까지 걸린 시간 211일에는 정부·여당이 내놓은 법안을 여야가 토론하고 꼼꼼히 심사하는 데 들어간 시간도 있지만 정치 쟁점화된 나머지 허송세월 역시 포함하고 있습니다.

野 대기업 조건부 허용VS 與 “모두 포함해야” 거부

첨예한 대립은 대기업 포함 여부에서 시작됐습니다. 야당은 처음 원샷법 적용 대상에서 대기업은 모두 빼야 한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그러다 한발 양보한 것이 지난해 12월 23일입니다.

자료=이데일리DB.
소관상임위인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서 야당 위원들은 대기업을 법 적용 대상에 포함하기로 합니다. 그런데 조건이 있었습니다. 조선·철강·석유화학 업종에 한해서만 적용시키기로 한 겁니다. 이를테면 A라는 대기업이 있다면 A조선은 원샷법이 적용 대상이지만 A전자는 적용 대상이 안 된다는 얘기입니다.

한발 양보했지만, 정부·여당이 모든 대기업을 포함하지 않으면 법안의 취지가 퇴색된다는 이유에서 수용하지 않았습니다. 또 한 번 난항을 겪은 것이죠. <본지 지난해 12월23일자 기사 “대기업 부분허용”제안한 野..박근혜표 ‘원샷법’ 활로찾나 참조>

野 ‘상생법’ 딜 하자 VS 與 “법안 취지 퇴색” 거부

그런데 29일, 더불어민주당에서 “유연성 있게 처리하겠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이번엔 법안이 조건으로 내걸렸죠. 바로 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법안(상생법)입니다. 그러니까 원샷법과 상생법을 서로 ‘딜(Deal)’해서 통과시키자는 말이 당내에서 나왔습니다.

상생법은 중소기업자단체가 동반성장위원회에 적합업종의 합의·도출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위원회는 신청일에서 1년 내에 합의를 마치도록 강제한 것이 핵심 내용입니다.

정부·여당은 이 같은 제안에 즉시 거부 의사를 밝혔습니다. 기한을 정하지 말고 대-중소기업간 협의가 중요하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결국 상생법과의 딜도 통하지 않게 된 것이죠. <본지 지난해 12월29일자 기사 원샷법-대중소기업상생법 ‘맞교환’ 하나 참조>

野 대기업 적용 대상 제외 전면 철회

이처럼 상임위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양당 지도부 회동으로 법안이 넘어갔습니다. 정치적 결단으로 해결하겠다는 얘기죠. 그러나 지도부 선에서도 접점을 찾지 못했고 상임위로 다시 넘어가게 됩니다. 이후 상임위-지도부간 핑퐁을 몇 차례나 반복하죠. 결국 연내 처리가 무산됩니다.

극적 타결은 지난달 21일 이뤄집니다. 야당이 대기업 배제 요구를 전면 철회했습니다. 대기업이 악용할 수 없도록 4가지의 안전장치를 두고 법 유효 기간을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한 결과입니다. 상임위 차원의 법안 쟁점은 모두 해소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후 여야는 23일 ‘29일 본회의를 열고 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합니다.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엿새가 지난 4일에야 원샷법은 국회 문턱을 넘게 됐는데요. 바로 선거법과 맞물리면서 정치쟁점화 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샷법을 ‘쟁점법안’이라고도 부르는 겁니다. 이것이 법안 발의부터 통과까지 211일이 걸린 배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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