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무협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우리 수출 산업 기반 약화의 강력한 요인 중 하나는 인력 부족과 인구 감소라고 보고 유사한 문제를 겪고 있는 EU 국가들의 사례를 벤치마킹하고자 면담을 진행했다.
EU 집행위원회에서 인구구조 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콜린 씨슬루나 수석보좌관은 “EU도 한국과 같이 출산율 감소, 인구 노령화 등 지속 가능한 역내 발전을 저해하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며 “출산율 제고 정책은 EU 차원이 아니라 개별 회원국 차원에서 다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적절한 출산율 유지를 위해서는 부모들이 육아 시간과 육아 비용 등 걱정 없이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사회보장제도가 충분히 갖춰져야 하나,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 일부 국가는 사회보장제도가 미흡해 스웨덴처럼 사회보장제도를 보완해 출산율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U가 시행하고 있는 정책은 △노동 시장에 참여하지 않거나 못하고 있는 700만명의 여성 인력이 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정책 △노동시장에 오랜 기간 남아 있도록 충분한 기술을 전수하는 등의 노령 인구 활용대책 △외국인을 활용하기 위한 합법적 이민 유입 확대 정책 △인력 부족에 대응하기 위한 자동화, 정보화 등 기술혁신대책 등이다.
이어 “인구 구조 문제는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 차원에서도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씨슬루나 보좌관과 양국 전문가가 참여하는 인구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 협력의 필요성에 대해 논의했다.
정 부회장은 스페인 바르셀로나 자치대학 인구통계 연구소를 방문해 알베르트 아스테바 팔로스 인구통계학 교수와도 면담을 진행했다. 팔로스 교수는 “스페인은 1990년 이후 지속적으로 출산율이 떨어지면서 현재는 합계출산율 1.3명을 기록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인구 감소로 인해 스페인 경제를 유지하기 위해선 매년 이민자 25만명 수준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팔로스 교수에 따르면 1950년대엔 전 연령대의 임신·출산 희망률이 90% 수준이었으나, 최근 30대까지는 임신·출산 희망률이 매우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비율이 높아져 40대에 임신·출산을 희망하거나 이미 경험한 사람이 90%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 부회장은 “우리나라는 스페인보다 훨씬 심각하고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보이고 있다”며 “과학적 근거와 유럽의 경험을 토대로 출산율 제고 대책을 마련해가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출산율 저하 원인에 대해 여성층을 대상으로 과학적, 실증적으로 명확히 조사한 후 젊은 층의 출산에 대한 인식 개선과 가사 부담 완화, 보육 시설 확충, 양성 역할 재정립을 통한 출산 확대 기반 조성이 필요하다”며 “출산을 희망하지만, 건강상의 요인으로 출산하지 못하는 여성을 위한 의료 지원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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