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조양호·박삼구 '일등석' 경영전략…엇갈린 행보

일등석 줄인 아시아나, 명분 대신 '수익성' 선택
일등석 늘린 대한항공, 프리미엄 이미지로 승부
  • 등록 2015-09-30 오전 8:32:57

    수정 2015-09-30 오전 11:38:19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왼쪽)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각사 제공
[이데일리 이재호 기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금호산업(002990) 인수에 성공하면서 그룹 재건의 신호탄을 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진정한 그룹 경영 정상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주력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020560)의 실적 개선이 시급하다.

아시아나항공의 수익성 제고를 위해 박 회장은 명분 대신 실리를 택했다. 미국 뉴욕과 로스엔젤레스(LA), 독일 프랑크푸르트 등 3개 노선을 제외한 나머지 노선에서 일등석(퍼스트 클래스)을 없애고 그 자리에 비즈니스석을 배치키로 한 것이다.

이에 반해 경쟁사인 한진그룹 계열의 대한항공(003490)은 일등석 규모를 꾸준히 늘려 나가며 프리미엄 이미지 쌓기에 집중하고 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초래한 ‘땅콩 회항’ 파문으로 실추된 명성을 회복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박 회장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엇갈린 선택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 지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각각 1969년과 1988년 설립됐다. 19년의 격차는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아시아나항공의 항공기 보유 대수는 85대로 대한항공(153대)의 절반 수준이다. 취항도시의 경우 대한항공이 126개, 아시아나항공은 85개다.

특히 수익성이 높은 미주와 유럽 등 장거리 국제선 노선은 아시아나항공이 15개로 대한항공(36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아시아나항공이 일등석 규모를 축소한 현실적인 이유다.

아시아나항공이 운영 중인 일등석 좌석수는 120석 정도다. 대한항공은 700석 이상이다.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사장은 최근 직원들에게 발송한 영상메시지를 통해 “일등석의 경우 공급 면에서 경쟁사 대비 열세에 있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대한항공은 지난달 도입한 차세대 항공기 B747-8i에도 6석의 일등석을 배치하는 등 고가 마케팅에 힘을 쏟고 있다. 좌석수를 줄이는 대신 일등석 좌석 폭을 늘리면서 서비스 질을 높이는 데도 신경을 쓰고 있다. 미국 시애틀의 보잉 딜리버리 센터로 날아가 B747-8i를 직접 인도받은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은 “고객들에게 한층 더 품격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올해 들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로 항공편 이용 수요가 급감하면서 실적이 악화됐다. 지난 2분기 기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각각 26억원과 61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아시아나항공은 국제선 중에서도 중국 등 아시아 비중이 높다. 메르스 사태에 따른 손실폭이 대한항공보다 더 컸던 원인이다.

실적 부진을 타개하기 위한 방편으로 대한항공은 프리미엄 마케팅 전략을, 아시아나항공은 중저가 상품의 판매 확대 전략을 구사하고 나섰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은 운항 거리를 늘려 나가고 있는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과도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장거리 노선을 대거 보유한 대한항공과 비교하면 경영 여건이 녹록치 않다.

두 항공사의 브랜드 인지도도 일등석 운영 전략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속한 스타얼라이언스에는 전일본공수(ANA)와 에어차이나, 싱가포르항공, 타이항공 등 아시아권 대형 항공사들이 즐비해 경쟁 우위를 점하기 어렵다. 그러나 대한항공이 포함된 스카이팀에는 중국의 동방항공 정도를 제외하면 눈에 띄는 경쟁자가 없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은 항공사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일등석 운영을 축소하면서까지 경영 정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자칫 입지가 애매해질 우려가 있다”며 “대한항공은 이른바 ‘땅콩 회항’ 사태로 악화된 이미지를 어떻게 복원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위)과 아시아나항공의 일등석 좌석. 각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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