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빨간 모자’, ‘아기 돼지 삼형제’, ‘양치기 소년’ 이야기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늑대는 항상 악역입니다. 동화 속 늑대는 모두 사악하고 위협적인 존재입니다.
사실 늑대는 가족애와 의리가 넘치는 동물입니다. 늑대는 수컷 3~4마리, 암컷 5~6마리가 무리를 지어 다니지만, 평생 일부일처제를 유지합니다. 고양이과인 사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포유류는 암컷이 혼자서 새끼를 기릅니다. 개과 동물 중에서는 늑대만 예외입니다. 암컷이 수컷을 골라 짝짓기를 하고 수컷은 암컷과 평생을 함께하며 가족을 돌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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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때는 ‘해수구제(호랑이 곰 늑대 등 인간에게 해로운 짐승을 박멸하려는 정책)’의 일환으로 1912년부터 1942년까지 30년 동안 1396마리의 늑대가 사살됐습니다. 그때 살아남은 몇 안 되는 늑대들은 1960~1980년 쥐잡이가 한창일 때 쥐약을 먹고 숨진 먹잇감에 2차 감염돼 숨졌다고 합니다. 늑대는 주로 토끼, 사슴류 등을 사냥하지만 죽은 동물의 사체도 즐겨 먹습니다.
얼마 전부터 토종 늑대의 종 복원 얘기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복원을 위해 자연에 풀어놨다가 사람이나 가축 등을 공격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런 논란이 미국에서도 있었습니다. 늑대가 떼로 몰려다니며 가축을 습격하는 바람에 목장주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자, 미국은 1920년대 늑대박멸을 시작했습니다. 늑대를 완전히 없애는 데 걸린 시간은 6년에 불과했습니다. 먹이사슬 정점에 있는 포식자 늑대가 사라지자 뿔이 큰 북미산 사슴인 엘크의 수가 급속히 늘어났고 생태계의 균형은 깨졌습니다.
엘크가 먹어치운 풀과 나무로 곤충들도 살 곳을 잃었고 결국 숲이 망가졌던 겁니다. 늑대를 복원해야 한다는 환경보호운동가들의 노력으로 70년만에 늑대가 옐로스톤 국립공원으로 돌아오자, 자연은 이전 모습을 회복했다고 합니다. 늑대가 인간에게 위협적인 동물일 수 있지만, 생태계에선 없어서는 안 되는 동물인 셈입니다.
한상훈 국립생물자원관 동물자원연구관은 “멸종동물의 복원은 단순한 생명 회복의 문제가 아니라 이들과 우리가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가치가 있는가를 배우게 하는 소중한 일”이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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