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돼지·벌떼 도심 출현 주의보

멧돼지, 먹이 구하려고 민가로 내려와
더울수록 활동량 많은 벌은 주택가로
서식환경 보호노력 시급..공존 모색해야
  • 등록 2012-08-01 오전 8:39:27

    수정 2012-08-01 오전 8:39:27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최근 서울 도봉산에서 일곱 마리의 멧돼지 무리가 포착됐다. 위협을 느낀 인근 주민들은 구청을 통해 안전조치를 요청했다. 도봉구는 올 연말까지 ‘유해야생동물 기동포획단’을 24시간 가동하기로 했다.

예년보다 비가 덜 오고 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벌떼가 모습을 드러내는 일도 늘고 있다. 특히 여름철에는 말벌들의 활동이 빈번하다. 말벌에 잘못 쏘이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최근 들어 멧돼지, 벌떼 등 유해 야생동물의 도심 출현이 잦아지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최근 한달 사이에는 서울 도심 주택가에 뱀이 16차례 출몰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출처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잇단 야생동물 출현으로 해당지역 소방대원들은 바쁜 여름을 보내고 있다.

31일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최근 7년간 멧돼지의 도심 출현으로 인한 119구조대 출동건수는 211건에 달한다. 지난 2005년 16건에서 2010년에는 78건까지 급증했다. 지난해 43건으로 줄긴 했지만 연평균 30건이 넘는 빈도는 결코 적지 않은 수치다.

가을철 도심 출현이 자주 목격되고 있는 야생 멧돼지. 서울시 제공
특히 산림 지역이 많거나 경기도와 경계를 이루고 있는 자치구에서 출현 횟수가 많다. 종로구(52건, 24.6%)와 도봉구(46건, 21.8%)가 전체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이어 은평구(36건, 17.1%), 성북구(20건, 9.5%), 강북구(19건, 9%)도 멧돼지가 자주 나타나는 지역으로 꼽혔다.

멧돼지의 민가 출현은 농작물 수확철에 주로 이뤄진다. 전체 211건 중 115건(54.5%)이 9~11월에 발생했다. 봄과 여름철에는 월 10건 안팎이다.

경광숙 도봉소방서 구조구급팀장은 “최근 몇년 새 멧돼지 개체수는 빠르게 증가했지만 산속에서 구할 수 있는 먹이는 거의 없었다”며 “옥수수, 고구마 등 주민들이 키우는 작물을 먹으러 민가로 내려올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폭염 속 벌떼 출현 늘어

또 지금과 같은 무더위에는 말벌 등 벌떼가 119구조대를 바쁘게 만든다.

올해 벌에 쏘여 119구급대에 이송된 환자는 지난달 27일 기준 70명에 이르며 이 중 75%가 7월에만 집중 발생했다.

작년 1~7월까지 18명의 환자가 발생했던 것과 비교하면 네 배가량 늘었다.

이처럼 벌쏘임 환자가 많아진 것은 예년보다 빨라 찾아온 무더위 영향으로 분석된다고 소방재난본부는 분석했다.

온도가 높아질수록 활동량이 많아지는 벌의 습성상 온도가 높은 도심으로의 이동이 늘었다. 도심의 녹지가 잘 보존되고 작은 곤충 등 먹이가 많아진 것도 원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부터 올해 7월까지 벌에 쏘인 환자는 모두 132명이다. 가정·주택가(57명)가 가장 많았고 산(27명), 공원 등 공공장소(22명), 도로( 9명) 등이 뒤를 이었다.

김홍석 서울시 수의사회 홍보이사는 “멧돼지 등 야생동물들의 도심 출현은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 오염에 의해 생태계가 파괴된 결과”라며 “서식환경을 체계적으로 보호하고 먹이를 살포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인간과 야생동물이 공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터널·도로 주변 생태다리를 설치하고 있지만 아직 미미한 수준”이라며 “개발이 계속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생태계 보호 노력은 의무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5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주택 처마 밑에 붙어 있는 말벌집을 소방관들이 제거하고 있다. 서대문소방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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