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정책 다시보기]왜 그렇게 국회의원이 되려고 하십니까

여의도 여야 정치권의 정쟁에 숨겨진 정책 이야기
  • 등록 2015-12-12 오전 8:00:00

    수정 2015-12-12 오전 8:00:00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여의도 정가는 이제 완연한 ‘정치의 계절’입니다. 새해 예산안 처리가 끝났으니, 국회의원 개개인이 주목할 이슈는 내년 총선 밖에 없습니다.

국회의원은 인기 직업입니다. 이번에도 화려한 이력의 명함을 들고 다니는 기라성 같은 인사들이 국회에 입성하려고 호들갑입니다. 내년 총선 대진표를 보면 입이 떡 벌어질 정도입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가끔 “천하의 영웅호걸들을 모으겠다”고 하는데, 틀린 이야기가 아닌 것 같습니다. 법조인 고위관료 기업인 의료인 언론인 등 각계에서 성공 스토리를 쓴 사람들이 ‘초선 배지’에 목을 맵니다. 맨날 욕 먹는 게 국회의원인데도 말이지요.

그래서 현직 국회의원들과 보좌진들, 원외(院外) 인사들, 정치 전문가들 등에게 물어봤습니다. 왜 그렇게 국회의원이 되고 싶어 하느냐고요. 존경받고 안정된 직장을 왜 팽개치느냐고요.

어디서든 직업적인 우월감 갖는 국회의원

철저히 현실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첫 손에 꼽힌 게 인정 욕구입니다. 새누리당 한 초선 의원은 이렇게 말합니다. “국회의원이 되니 극소수를 빼고 누구든 만날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그것도 좋은 대우를 받으면서요.” 학자 출신의 또다른 의원은 “업무의 대부분이 자잘한 지역구 민원 처리”라고 투덜대면서도 재선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국회의원이란 자리가 주는 우월감이 그 바탕에 있다고 보여집니다. 국회가 온갖 비난이란 비난은 다 듣지만 실제 국회의원은 어떤 행사에서든 VVIP입니다.

국회의원은 우리 사회의 최상층으로 가기 위한 통로입니다. 이를테면 행정고시 재경직을 통과한 최고의 인재가 승승장구 해도 경제부총리가 되는 건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기획재정부 차관 출신 국회의원들부터 즐비합니다. 최경환 부총리도 경제관료 생활을 그리 오래하지 않았습니다. 대형병원장으로 의료계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고 해도 정치권에 발을 들이면 풋내기 비주류일 뿐입니다. 입법고시를 통과해 아무리 승진해봐야 국회 사무차장입니다. 국회의장과 사무총장은 정치인들 몫이지요. 특정 분야에서 성공했다고 해서 ‘오르고 싶은 산’이 없어지는 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맨꼭대기에서 국가 전체를 내려다보는 자신감은 국회의원 배지를 달면서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대부분 정치인들은 “국회의원이 돈 버는 직업은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오히려 모아둔 ‘실탄(돈)’을 까먹는 직업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부정한 돈을 챙기지 않는 한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입니다.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영화 ‘베테랑’의 이 유명한 대사가 잘 들어맞는 게 국회의원입니다.

의원은 벤처기업 사장, 장관은 대기업 임원

업무상 책임도 그리 크지 않습니다. 국회의원은 ‘행정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라는 교과서적인 역할론을 방패 삼아 책임질 일이 많지 않지요. 부총리 출신 중진 의원을 보좌했던 어느 인사의 이야기입니다. “영감(국회의원을 지칭하는 은어)께 한번 여쭤봤어요. 왜 국회의원이 좋냐고. 그런데 하는 얘기가 장관을 하면 하루에도 결재해야 할 게 수십개인데 국회의원은 회의 가기 싫으면 안 가도 되고 누가 뭐라고 하는 사람도 없다는 겁니다.” 실제 국회 각 상임위원회 전체회의를 가보면 반 이상 텅텅 비는 게 다반사입니다. 대형사고가 터져도 욕을 먹는 건 정부이지요. 국회의원은 욕을 하기에 바쁩니다.

여권 한 인사는 국회의원을 벤처기업 사장에, 장관·광역단체장을 대기업 고위임원에 각각 비유했습니다. 장관·광역단체장은 직장인처럼 매일매일 스케줄이 꽉 짜여있습니다. 하지만 국회의원은 스스로 일정을 조정합니다. 이 인사는 “국회의원이 열심히 일을 하려면 끝도 없지만 반대로 일을 안 하려고 하면 아예 안 해도 된다”고 말합니다.

임기가 4년이나 확실하게 보장된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최경환 부총리가 여의도로 돌아오는 것도 “박근혜정부 순장조로 끝낼 수는 없다”는 심리가 깔려 있겠지요. 장관은 임기란 게 없습니다. 임명권자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지요. 그런데 국회의원 배지를 달면 4년간 안정적으로 자신의 미래 청사진을 그릴 수 있습니다.

매력적인 직업을 가지려는 노력을 폄하해서는 안 됩니다. 그럼에도 한 가지 아쉬운 건 있습니다. 바로 소명의식입니다. 국회의원은 말그대로 국민의 대표입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쟁취한 배지가 출세의 통로로만 인식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세상사 무엇이든 헷갈리면 기본으로 돌아가면 됩니다. 국회의원 스스로 선량(選良)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면 좋겠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의견을 기다립니다. 여야 정치권의 정쟁 혹은 정책을 보고 궁금한 점이 있으면 jungkim@edaily.co.kr로 보내주세요. 부족하지만 최대한 답변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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