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5일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금융상황 점검회의(서별관회의)에 참석하지 않으면서 다양한 해석이 나오며 금리결정 방정식이 한층 복잡해졌다. 정부와 여당, 시장의 전방위 압박을 받고 있는 김 총재는 어떤 선택을 할까.
◇ “왜 몰아붙이냐” 반발해 의도적 불참?
우선 김 총재가 서별관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게 금리 동결을 시사하는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한은은 금리를 내리면 압박에 굴복한 모양새가 되고, 동결해도 정부가 경기방어를 위해 뛰고 있는 상황에서 엇박자를 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사면초가 상황이다.
박근혜정부가 출범하기 전부터 정책 공조에 나서겠다는 뜻을 피력했지만, 최근 여당과 정부, 청와대가 퇴로를 차단한 채 자신을 벼랑으로 몰아붙인 데 대한 반발의 표시라는 것이다. 게다가 김 총재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임명한 총재다. 경제부총리나 경제수석을 포함한 새 정부 경제팀이 자신을 압박하는 상황이 더 불편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이라면 최대한 버티면서 ‘독립성 사수’란 명분을 쥐는 게 김 총재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금통위를 1주일 앞둔 시점에 참석사실이 알려진 이상 선택의 여지도 없었을 것이란 게 시장 안팎의 분석이다. 한은 총재가 다른 경제장관들에 둘러싸여 금리조정 압력을 받는 것 자체가 한은 독립성을 해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발길을 돌렸다는 것이다.
한편에서는 인하 명분 축적용이란 해석도 나온다. 5일 총재가 참석할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뒤 시장에서는 인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다. 그간 정부와 인식 차를 보이며 맞서왔지만, 전방위 압박에 부담을 느끼고 정부 측과 금리문제를 두고 의견 조율에 나선 것으로 봐서다. “한은도 정부”라며 독립성보다는 정부와 공조를 강조해왔던 김 총재의 과거 행보가 연상되며 “그럼 그렇지, 압박에 밀려 금리를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란 인식이 급속도로 확산했다. 실제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당시 채권시장에서는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며 채권금리가 더 낮아지는 현상이 벌어졌다.
이러면서 김 총재 운신의 폭은 다소 넓어졌다. 오는 11일 금통위에서 금리를 내려도 한은 독립성을 지키지 못했다는 비판에서 다소 빗겨날 수 있다.
◇ 11일 금리 향방은?
김 총재가 그간 했던 발언과 3월 금통위 의사록으로는 동결할 가능성이 크다. 김 총재가 “예상성장 경로를 밟고 있다” “장기 저금리 기조가 경제에 거품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며 수차례 금리인하에 부정적인 인식을 보여왔다. 하지만, 최근 대내외 상황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우선 구로다 일본은행(BOJ) 신임총재가 경기부양을 위한 무제한적 양적 완화를 공언하면서 국내외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시장의 예상을 넘어서는 공격적인 부양책을 내놓으면서 엔화는 다시 약세가 가속화하고 있다. 여기에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도 상황에 따라 돈을 더 풀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고, 미국 고용지표도 주춤하면서 글로벌 양적완화가 예상보다 빨리 끝날 수 있다는 우려는 다소 꺾였다. 여기에 북한 지정학적 불안감이 커지며 가뜩이나 부진한 내수나 투자심리가 더 위축될 수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현재 경기가 예상성장 경로를 밟고 있다 해도 일본의 공격적인 양적완화 정책이나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진 상황에서 금리를 조정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펼 수 있다.
정성욱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와 시장의 기준금리 인하 요구와 단기적으로 북한 리스크가 커지며 시장 변동성이 확대돼 금융시장 안정 차원에서라도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좀 더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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