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st SRE]“금융당국 신평사 징계, 거꾸로 됐다”

응답자 57% “기관 중징계, 임직원 경징계 해야”
  • 등록 2015-05-12 오전 7:00:00

    수정 2015-05-12 오전 7:39:51

[이데일리 김도년 기자] 국내 신용평가사의 ‘등급장사’ 행위(신용등급 평가 권한으로 영업활동을 하는 행위)에 대한 첫 금융당국의 징계 결과가 나왔다. 금융위원회는 4월14일 정례회의를 열고 기관은 경징계(기관경고), 임직원은 위법 행위에 따라 최대 중징계(대표이사·총괄전무 문책경고) 조치를 의결했다. 시장은 징계의 방향이 거꾸로 됐다는 반응이다.

21회 SRE에서 금융당국의 징계 방침이 적절한 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 173명중 과반수인 56.6%(98명)가 기관은 중징계하고 임직원은 경징계하는 게 옳다고 응답했다.

적절한 수준의 조치였다는 응답은 16.2%(28명)에 그쳤고 보여주기식 징계에 불과하다는 반응도 9.8%(17명)였다. 기관과 임직원 모두 중징계하는 것이 옳다는 의견도 14.5%(25명) 나와 눈길을 끌었다.

시장 참여자 대다수가 기관의 징계는 무겁게 하고 임직원 징계는 가볍게 하는 것이 옳다고 보는 데에는 ‘시스템이 나쁜 것이지 사람이 나쁜 것은 아니’라는 정서가 깔려있다.

기업 신용등급을 부여하는 것은 신평사 연구원이나 평가담당 실장, 임원 등 개인이 주는 것이 아니라 조직적인 결정이다. 가령, KB금융지주의 신용등급을 ‘AAA’로 평가했다는 것은 한 신평사 개인의 결정이 아니라 회사의 대표 의견이라는 것.

SRE 자문위원은 “신용등급을 결정하는 과정은 조직적인데 임직원 개인이 기관보다 더 무거운 징계를 받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앞으로 ‘등급장사’ 행위가 반복되더라도 시스템은 개선되지 않고 개인만 중징계되는 일이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SRE 자문단 내부에서도 의견이 다소 엇갈렸다. 다른 SRE 자문위원은 “결국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개인”이라며 “책임지지 않는 시스템보다 개인에게 책임을 지워야 시스템이 바뀐다”고 논리를 폈다.

금융당국은 기관에 대한 징계 결정은 간단치가 않다고 설명한다. 신평사는 금감원 제재심에서 ‘기관경고’를 받았는데 기관경고는 일반 금융회사로 따지면 ‘중징계’에 해당한다. 인수합병(M&A)이나 신사업 진출이 일정기간 제한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평사들은 과점시장 구조를 갖고 있어 인수합병을 하거나 신사업에 진출할 영역이 사실상 없다. 기관경고를 받았지만, 실질적으로 제한되는 업무가 없어 ‘경징계’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신용등급 평가 업무를 제한하는 ‘영업 일부 정지 또는 영업정지’ 결정을 내리게 되면 회사채 평가 업무가 마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관을 중징계하면 국내 신평사들이 적격 외부신용평가기관(ECAI) 요건에 벗어날 가능성이 있다. ECAI는 신평사 중 바젤위원회가 제시한 국제기준을 충족한 기관을 뜻하는데 중징계를 받게 되면 충족 요건 중 하나인 ‘신뢰를 받을 만한 신용평가사’ 항목에서 결격 사유가 생길 수도 있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기관은 경징계하고 대표와 총괄전무 등은 중징계한 이유다.

결국 징계로 인해 실질적으로 제한되는 업무는 없지만, ‘기관주의’보다는 무거운 ‘기관경고’를 줌으로써 상징적인 의미에서 기관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21회 SRE’(Survey of Credit Ratings by Edaily)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21회 SRE는 2015년 5월11일자로 발간됐습니다. 문의: stoc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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