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유동성 진단](下)두산건설이 내놓을 추가자구책은?

감자후 유증 등 추가 자금조달 추진할듯
사업·보유자산 매각 등 유동성 확충 총력
유동성 확보, 두산重·두산 지원확대에 변수
  • 등록 2016-03-15 오전 6:30:00

    수정 2016-03-15 오전 8:43:01

[이데일리 김기훈 기자] 두산그룹에는 두산인프라코어(042670)와 더불어 또 하나의 아픈 손가락이 있다. 건설경기 침체로 실적 부진과 유동성 악화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두산건설(011160)이다. 지원에 앞장 섰던 두산중공업(034020)도 이젠 힘에 부치는 모습이 역력한 가운데 자구책 마련에 고심하는 두산건설의 행보가 두산그룹 전반에 미칠 영향에 주목할 만하다. ☞관련기사 (上)두산인프라, 급한불 껐지만 수익저하 어쩌나

두산건설 무상감자후 추가 자금조달 채비

두산건설은 최근 기존 발행주식 수는 그대로 두고 액면가를 5000원에서 500원으로 낮추는 방식으로 자본금을 4206억8000만원에서 510억6000만원으로 줄이는 무상감자를 결정했다. 이번 감자는 앞서 발행한 전환상환우선주(RCPS)에 대한 배당재원 확보 목적이 크다. 두산건설은 2013년 4000억원 어치 RCPS를 배당률 연 6.5% 조건으로 발행했다. 올해말 만기가 돌아오는 이 RCPS는 발행 당시 두산중공업이 투자자에게 손실보전을 약속한 터라 배당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두산중공업이 떠안아야 한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두산건설은 RCPS 주주를 위해 매년 260억원의 배당을 지급해야 하지만 지난 4분기 3754억원의 대규모 순손실을 기록하면서 배당가능이익이 크게 줄었다”며 “이번 무상감자의 핵심 이유는 배당가능이익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감자 결정은 추가 자금 조달을 위한 준비과정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최근 두산건설 주가는 액면가 이하인 4000원대에 머물고 있는데 주가가 액면가를 밑돌면 자금 조달 수단인 유상증자나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을 발행할 때 주주총회 결의를 거쳐야 하는 등 제약이 따른다. 감자로 액면가를 주가보다 낮추면 이런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셈. 두산건설은 지난 2013년에도 보통주 10주를 1주로 합치는 감자를 결정한 뒤 제3자 배정 유상증자인 RCPS를 발행한 사례가 있다. 한 크레딧시장 전문가는 “두산건설이 감자 후 유상증자나 CB, BW 발행 등에 나설 가능성은 있지만 모회사인 두산중공업조차 참여할 형편이 안되는 상황에서 다른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일지는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두산건설은 사업부를 팔아 막힌 돈줄을 뚫으려고도 애쓰고 있다. 지난해 레미콘을 생산하는 렉스콘 사업부 공장 6곳 중 5곳을 매각하고 최근 남은 관악공장도 물적분할을 통해 분리하는 방식으로 레미콘 사업을 완전히 접기로 했다. 또 수익성이 좋아 알짜 사업으로 꼽히는 배열회수보일러(HRSG) 사업부 매각도 진행 중이다. 두산건설은 앞서 분당 토지 지분 60%를 계열사 6곳에 넘겨 1012억원을 마련해 1570억원에 이르는 CB 풋옵션 물량을 상환한 데 이어 1000억원 규모로 추정되는 신분당선 지분 매각도 추진하는 등 보유 자산 중에 팔 수 있는 것은 모두 팔아 유동성을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두산건설이 이처럼 유동성 확보에 전력을 다하는 것은 취약한 재무구조가 굳어진 상황에서 단기성 차입금 상환 부담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작년 3분기 연결기준 두산건설의 차입금 1조5649억원 중 약 90%에 해당하는 1조4003억원이 단기성 차입금이다. 당장 상반기 내 만기가 돌아오는 유동화채무와 하반기 만기를 맞는 RCPS를 비롯해 올해에만 7000억원이 훌쩍 넘는 자금을 갚아야 한다. 자산 매각에 더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두산건설, 두산重·두산 부담확대에 변수

두산건설의 유동성 확보 여부는 모회사이자 중간지주회사 격으로 실질적 지원주체 노릇을 해온 두산중공업과 그룹 지주사인 두산에도 민감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두산중공업의 경우 두산건설은 물론 두산인프라코어, 두산엔진 등의 최대주주로서 두산건설에 1조90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4000억원 규모의 RCPS 주주 간 계약에 참여하는 등 유사시 늘 맏형으로서 아낌없는 지원을 해왔다.

그러나 계속된 지원은 두산중공업 자체의 재무건전성 악화를 불러왔고 이제 ‘A급’ 신용등급마저 잃을 위기에 놓였다. 한국기업평가는 대규모 손실 발생과 그에 따른 재무안정성 저하, 자회사에 대한 직·간접적인 재무부담 확대 영향을 고려해 두산중공업의 신용등급을 ‘A-’로 한 단계 내렸고 한국신용평가도 두산건설 RCPS 정산의무가 현실화된다면 신용등급을 내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A급조차 외면받고 있는 회사채시장 특성상 자칫 그룹의 허리를 책임지는 두산중공업마저 ‘BBB급’으로 떨어지면 그룹 전반의 유동성 공급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두산은 자회사 두산중공업의 신인도 하락과 지원 부담 확대와 또 다른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이길호 한신평 연구원은 “두산중공업의 재무역량과 RCPS 발행 관련 계열지원 금지조건을 고려할 때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있는 두산으로 지원부담이 전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두산은 유동성 확보 목적으로 올초 자회사 디아이피홀딩스가 보유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 4.99% 전량을 매각한 데 이어 방산자회사 두산DST 매각도 서두르고 있다. 이를 통해 계열지원 부담을 흡수할 수 있는 재무여력을 일정수준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신규 진출한 면세점 사업의 초기 투자부담을 고려하면 여전히 여유가 있는 입장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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