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X-파일]한화가 롯데보다 유진을 더 경계하는 이유

  • 등록 2015-04-26 오전 10:06:22

    수정 2015-04-26 오전 10:06:22

[이데일리 민재용 기자]한화그룹의 유통계열사 한화갤러리아가 서울 시내 면세점 후보지로 여의도 63빌딩을 최종 선택했다.

여의도가 한강을 끼고 있고 63빌딩 자체가 유명 관광시설인 만큼 중국인 관광객을 유인할 면세점 후보지로는 경쟁력을 지녔다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63빌딩을 후보지로 고른 한화의 속내가 편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최근 면세점 입찰전에 뛰어든 중견기업 유진의 면세점 후보지가 바로 63빌딩 인근 구 여의도 MBC사옥이기 때문이다.

한화와 유진이 면세점을 따내기 위해 서로 경쟁을 해야 하는 관계는 아니다.

관세청이 서울에 새로 생기는 면세점 3곳 중 2곳을 대기업 몫으로, 1곳을 중견·중소기업 몫으로 배정했기 때문에 두 기업은 같은 시합장에서 서로 만나지도 못한다.

하지만 한화는 직접적 경쟁자인 롯데, 신세계, 신라호텔 등 유통 대기업이 아닌 중견기업 유진의 행보에 더 신경 쓰고 있다.

유진기업은 자본력이 우수한 데다, ‘하이마트’ 등 유통기업을 운영해 본 경험도 있어 중소·중견 기업그룹에선 가장 강력한 면세 사업 후보자로 평가된다. 같은 지역인 여의도에서 유진이 면세점 사업권을 따내면 한화가 63빌딩에 새 면세점 간판을 달 가능성은 그만큼 줄어든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한화와 유진기업이 각각 대기업과 중소기업 몫 면세 사업권을 따내 게 되면 여의도에 2개의 면세점이 동시에 생긴다”며 “관세청이 한 지역에 두개의 면세 사업권을 내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한화는 유진기업이 면세점 후보지로 여의도를 선택하자 압구점 명품관 등을 대안으로 긴급히 검토 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보유한 건물 중 63빌딩 만한 경쟁력을 갖춘 곳을 찾기 쉽지 않아 결국 63빌딩을 후보지로 최종 선택했다.

한화갤러리아 관계자는 “63빌딩은 연평균 320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서울의 대표 관광지”라며 “여의도에 면세점이 생긴다면 63빌딩 내 들어서는 게 가장 적합하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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