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의 금융돋보기] 피싱사고 당했다면 10분 안에 신고해야

  • 등록 2015-07-04 오후 12:08:59

    수정 2015-07-04 오후 12:08:59

△ 보이스피싱을 풍자한 KBS 개그콘서트 코너 ‘황해’의 한 장면 (사진=KBS 영상 캡처)
[이데일리 김동욱 기자] 보이스피싱의 수법이 나날이 진화하고 있지만 어떻게든 빼내려는 정보는 똑같습니다. 바로 계좌 비밀번호와 보안카드 번호(또는 OTP 번호) 두 가지입니다. 이 두 가지 정보가 있어야 피해자가 가입한 은행의 인터넷뱅킹 공인인증서를 재발급 받을 수 있거든요. 인증서 재발급만 마치면 사기꾼은 얼마든지 피해자 계좌에 있는 돈을 대포통장으로 옮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기꾼으로선 인증서 재발급이 끝이 아닙니다. 그 사이 피해자가 사기를 눈치채고 은행에 지급정지를 신청할 수 없도록 전화로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여러 질문을 하면서 시간을 끕니다.

최근 피싱 피해자와 인터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이 피해자는 사기꾼에게 보험일을 한다고 얘기했더니 검찰을 사칭한 사기꾼은 이것도 인연이라며 나중에 보험에 가입해주겠다는 말까지 했다고 하더군요. 이미 피해자의 웬만한 개인정보를 알고 있는 사기꾼은 피해자를 능수능란하게 홀립니다. 사실 검찰이라고 속인 사기꾼의 말에 넘어가 계좌 비밀번호까지 넘겨준 단계까지 왔다면 피해자가 느낄 불안감이 상당하겠죠. 사기꾼은 피해자의 이런 심리를 이용해 시간을 끄는 것이고요.

그렇다고 해도 조금이라도 의심이 간다면 일단 전화를 끊고 은행으로 전화를 걸어야 합니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습니다. 사기꾼은 피해자 계좌에 있는 돈을 하나의 대포통장으로 옮기지 않습니다. 예컨대 피해자 계좌에서 1000만원을 빼낸다면 250만원씩 4개의 대포통장으로 옮깁니다. 300만원이 넘는 돈은 ATM에서 찾을 때 무조건 30분 이상 기다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은행의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에 걸려 이체가 정지되는 걸 피하려고 100만원, 150만원, 290만원 이런 식으로 금액을 쪼개 이체합니다. 사기꾼으로선 피해자 계좌에서 돈을 빼내 ATM에서 돈을 찾을 때까지 적어도 10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 겁니다.

내 돈을 그나마 온전히 찾을 수 있는 골든타임은 10분입니다. 10분 안에 은행이든 경찰서에 신고해 계좌지급정지 신청을 하면 내 돈이 입금된 대포통장 계좌는 정지됩니다. 사기꾼은 ATM에서 돈을 인출할 수도 없습니다. 예전에는 피해자가 가입한 A은행이 일일이 다른 은행에 전화를 걸어 지급정지를 신청해 시간이 더 걸렸는데요. 요즘은 모든 걸 전산처리하다 보니 지급정지 걸리는 시간이 훨씬 빨라졌습니다. 지급정지 신청 시간이 빠르면 빠를수록 돈을 다 찾을 수 있는 확률도 그만큼 높아지는 겁니다. 금감원이 조사한 자료를 보면 지급정지를 10분 안에 신청한 피해자는 피해액의 76%를 찾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시간이 지나면 환급액이 23%로 뚝 떨어집니다.

대포통장으로 흘러들어 간 내 돈은 어떻게 찾을까요. 대포통장의 채권소멸 절차를 거치면 찾을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대포통장 주인의 권리를 없애는 과정입니다. 피해자는 경찰서에서 ‘사건사고확인서’를 발급받아 피해구제신청서와 함께 금융회사에 제출하면 됩니다. 지급정지 계좌의 금융회사가 금감원에 예금채권에 대한 소멸공고를 요청하면 금감원은 2개월간 대포통장 주인에게 소멸공고를 안내하는 등의 작업을 진행합니다. 이 기간 대포통장 주인의 이의신청이 없으면 2주 내 금감원은 피해액을 환급해 줍니다.

물론 이런 경우도 있습니다. 하나의 대포통장에 지급정지를 신청한 피해자가 여러명일 땐 남은 돈을 피해액에 비례해 배분합니다. 더 황당한 경우도 있습니다. 대포통장에 이미 가압류가 걸려 있는 상황입니다. 이 경우엔 내 돈으로 대포통장 주인의 빚을 갚아주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가장 좋은 건 전화로 계좌라는 말만 꺼내도 그냥 전화를 끊는 겁니다. 일단 오래 전화를 붙들고 있으면 속을 확률도 커집니다. 그냥 전화를 바로 끊는 게 젤 좋은 방법입니다. 만약에 내 금융정보를 불러줘 갑자기 이게 사기아닐까 하고 의심이 든다면 곧바로 경찰서에 신고해야 합니다. 다음 주엔 아예 이런 상황을 사전에 막는 방법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 관련기사 ◀
☞ [단독]은행 공인인증서 '보안토큰' 저장 의무화한다
☞ [뻥뚫린 공인인증서]대안은…해킹·재발급 불가능한 보안토큰 의무화해야
☞ [뻥뚫린 공인인증서]"나도 모르게 인증서 재발급돼 1000만원 털렸다"
☞ [뻥뚫린 공인인증서]13년째 보안기술 제자리 공인인증서 '범죄 무방비'
☞ [단독]ATM서 100만원 찾을 때 추가 인증
☞ '보이스 피싱 근절' 검찰, 총책 최고 무기징역 구형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청룡 여신들
  • 긴밀하게
  • "으아악!"
  • 이즈나, 혼신의 무대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