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직지심체요절' 빠진 한불 상호교류

  • 등록 2016-03-29 오전 6:06:00

    수정 2016-03-29 오전 6:06:00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한국과 프랑스가 1886년 한불 수호통상 조약 이후 수교 130주년을 기념하는 ‘2015∼2016 한불 상호교류의 해’를 진행하고 있다. ‘2015∼2016 상호교류의 해’는 2013년 11월 박근혜 대통령이 프랑스를 국빈방문을 했을 당시 양국 합의로 시작했다. ‘프랑스 내 한국의 해’와 ‘한국 내 프랑스의 해’를 연달아 지정해 지난해 9월부터 올해 연말까지 1년 6개월 동안 한국과 프랑스 양국에서 350여개에 달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양국 간의 우의를 다진다.

사실 한국과 프랑스가 수교를 맺은 것은 역설적으로 프랑스의 침략에 의한 병인양요 때문이었다. 조선 말 흥선대원군의 천주교 탄압을 계기로 프랑스는 1866년 강화도에 무력으로 침범해 정족산성을 불태우고 조선의 문화재를 약탈해갔다. 그중 하나가 ‘조선왕조 의궤’다. 이후 ‘조선왕조 의궤’는 우여곡절 끝에 2011년 영구임대 형식으로 한국에 돌아왔다. 비록 이 과정에서 한국은 프랑스와 지난한 협상을 벌여야 했지만 ‘조선왕조 의궤’의 반환은 한국과 프랑스 교류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조선왕조 의궤’보다 더 중요한 문화재로 평가받는 ‘직지심체요절’은 여전히 프랑스에 머물고 있다. 100여년 전 대한제국의 주한 프랑스 공사였던 콜랭 드 프랑시가 국내에서 반출해 프랑스의 파리국립도서관이 소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1년 유네스코가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한 ‘직지심체요절’은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로 제작한 성서보다 78년이나 앞서 1377년 만들어진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 작고한 재불역사학자 박병선 박사의 노력으로 1972년 파리 책역사 종합박람회에서 존재가 알려졌다.

문제는 ‘직지심체요절’에 대해 한국과 프랑스 사이에 진척된 논의가 없다는 점이다. 존재가 드러난 후 ‘직지심체요절’의 국내 반환이나 전시 요청이 있어도 프랑스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양국 간에 ‘한불 수교 130주년 기념 행사’를 준비했지만 ‘직지심체요절’은 언제나 논외였다. ‘한불 상호교류의 해’가 국가 간 수교기념 행사 중 역대 최장·최대 규모라는 정부의 말에 선뜻 박수를 치기만은 어려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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