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근로자가 여행갈 수 없는 '여행주간'

  • 등록 2016-04-26 오전 6:06:00

    수정 2016-04-26 오전 6:06:00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범국민 여행가기 프로젝트 ‘여행주간’이 오는 5월 1일부터 14일까지 2주간 열린다. 이 기간 전국 관광지·관광시설·숙박·음식점 등 1만 2000여개 여행 관련 업체가 참여해 다양한 할인혜택으로 여행 분위기를 끌어올린다. 당장에라도 짐을 꾸려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여행주간’은 2014년 봄에 처음 시행한 이후 이번이 다섯번째다. 정부도 공무원·공공기관 임직원 등의 휴가사용을 적극 독려하며 분위기 띄우기에 주력하고 있다. 또 전국 초·중등학교 1만 1611개교 중 89%에 달하는 1만 340개교가 재량휴업을 실시한다.

하지만 정작 여행주간의 주인공인 직장인은 사정이 좀 다르다. 이들에게 여행주간의 달콤한 슬로건은 단지 ‘희망고문’일 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으로 유급휴가를 보장받은 임금노동자는 10명 중 6명 정도(60.6%)에 불과했다. 직장인에게 여행주간 캠페인은 정부의 ‘현실성 없는 급조한 대책’에 가깝다. 맞벌이 직장인 김철민(38) 씨는 “여행주간이라지만 휴가는 엄두도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학교가 재량휴업을 하면 대책 없는 부모는 어떻게 하란 말이냐”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나마 지난해까지 있던 유인책도 보이지 않는다. 여행주간을 처음 시행했던 2014년에는 지원책이 제법 있었다. ‘근로자 휴가지원제도’가 대표적이다. 기업과 정부가 휴가비를 공동으로 근로자에게 지원해주는 제도였다. 대상은 종업원 1000명 미만의 중소·중견기업에 근무하는 직장인. 근로자가 20만원을 납입하면 기업과 정부가 각각 10만원씩 지원해 총 40만원의 휴가비용을 마련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14년 가을부터 휴가비 지원은 예산과 참여 부족으로 은근슬쩍 사라져버렸다.

이번 여행주간에도 직장인을 위한 배려는 없어 보인다. 민간기업들은 여행주간 참여에 미온적이다. 근로자에게 휴가사용을 독려한다거나 지원한다는 곳조차 없다. 일각에서 일본이나 중국처럼 여행주간을 국정휴일로 지정해야 한다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내 여행을 통해 내수를 활성화하겠다는 정부정책이 기업의 ‘나몰라’ 식 외면으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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