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데 다가구 세입자의 불안감은 더 큰데요. 집 한 채에 여러 가구가 사는 다가구주택 특성상 다른 가구의 보증금도 집에 걸려 있는 채무기 때문입니다. 근저당에다 전체 보증금까지 합치면 집값을 훌쩍 뛰어넘는 경우가 많은데요.
만일 집 주인이 대출 원리금을 갚지 못할 경우 금융기관이 경매에 넘길 수 있고, 세입자 중 한 명이 전세 만기가 됐는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경매에 부칠 수도 있습니다. 낙찰되면 그 낙찰금을 우선순위에 따라 나눠 받게 되는데 비교적 최근에 전세계약을 맺은 세입자일 수록 순번이 뒤로 밀려 보증금을 날릴 수도 있는 거죠.
확인하려 해도 다가구주택에 걸려 있는 전체 보증금을 파악할 수 있는 공신력 있는 수단이 없습니다. 집주인에게 물어보거나 각 세입자에게 일일이 물어보는 수밖에 없는데 만일 잘못 말해주거나 거짓으로 말해준다고 해도 확인할 방법이 없는 거죠.
다가구주택은 경매에 나와도 한두 차례 유찰은 기본이고 감정가에 한참 못 미치는 가격에 낙찰되는 경우가 다반사인데요. 세입자가 여럿이라 명도(임차인을 내보내는 것) 난이도가 높기 때문에 웬만한 경매 고수가 아니면 피하기 마련이죠. 그만큼 세입자들이 보증금을 돌려받을 가능성이 적다는 의미입니다.
다른 가구 보증금을 공개하면 사생활 침해가 걱정된다구요? 등기부등본 뗄 때처럼 수수료를 받아 무분별한 확인을 막거나 공인중개사에 한해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장치를 마련하면 됩니다. 사생활침해보다 세입자의 재산권 지키는 게 더 중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