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건설이슈]깜깜이 보증금에 불안한 다가구주택 세입자

한 주택에 여러 세입자…전체 보증금 파악 힘들어
근저당에 보증금 합하면 주택가격 넘는 경우 많아
  • 등록 2018-04-07 오전 8:00:00

    수정 2018-04-07 오전 8:00:00

서울시의 다가구 밀집지역[사진=서울시]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전세시장이 심상치 않습니다. 전세값은 계속 하락세고 수도권 일부와 지방에서는 입주물량이 몰리면서 세입자 구하기 힘든 역전세난까지 발생하고 있는데요. 동탄2신도시에서는 한 사람이 보유하고 있던 57채가 한꺼번에 경매 매물로 나오기도 했죠. 갭투자에 나섰다가 전세값이 하락하자 보증금을 내주지 못해 경매에 넘어간 겁니다. 집주인이 집을 담보로 받은 대출(근저당)이 큰 집에 전세 살고 있는 세입자는 요즘 같은 때에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다가구 세입자의 불안감은 더 큰데요. 집 한 채에 여러 가구가 사는 다가구주택 특성상 다른 가구의 보증금도 집에 걸려 있는 채무기 때문입니다. 근저당에다 전체 보증금까지 합치면 집값을 훌쩍 뛰어넘는 경우가 많은데요.

만일 집 주인이 대출 원리금을 갚지 못할 경우 금융기관이 경매에 넘길 수 있고, 세입자 중 한 명이 전세 만기가 됐는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경매에 부칠 수도 있습니다. 낙찰되면 그 낙찰금을 우선순위에 따라 나눠 받게 되는데 비교적 최근에 전세계약을 맺은 세입자일 수록 순번이 뒤로 밀려 보증금을 날릴 수도 있는 거죠.

다가구주택 전세계약을 맺을 때 보통은 등기부등본을 떼어서 주택담보대출(근저당)이 얼마인지는 확인하죠. 하지만 다른 가구의 보증금은 확인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 역시 리스크라는 점을 모르는 경우도 많고, 공인중개사도 먼저 묻기 전에는 알려주지 않습니다.

확인하려 해도 다가구주택에 걸려 있는 전체 보증금을 파악할 수 있는 공신력 있는 수단이 없습니다. 집주인에게 물어보거나 각 세입자에게 일일이 물어보는 수밖에 없는데 만일 잘못 말해주거나 거짓으로 말해준다고 해도 확인할 방법이 없는 거죠.

다가구주택은 경매에 나와도 한두 차례 유찰은 기본이고 감정가에 한참 못 미치는 가격에 낙찰되는 경우가 다반사인데요. 세입자가 여럿이라 명도(임차인을 내보내는 것) 난이도가 높기 때문에 웬만한 경매 고수가 아니면 피하기 마련이죠. 그만큼 세입자들이 보증금을 돌려받을 가능성이 적다는 의미입니다.

다가구주택 세입자는 주로 서민들인데요. 전세보증금이 전재산인 경우가 많죠. 다가구주택의 총 보증금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제도를 빨리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닐 것 같은데요. 전세계약하고 입주하면 동사무소에 가서 확정일자를 받는데, 이때 전세계약서를 가져가야 하거든요. 확정일자를 받은 세대별 전세보증금을 데이터화하는게 어렵지 않다는 얘깁니다.

다른 가구 보증금을 공개하면 사생활 침해가 걱정된다구요? 등기부등본 뗄 때처럼 수수료를 받아 무분별한 확인을 막거나 공인중개사에 한해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장치를 마련하면 됩니다. 사생활침해보다 세입자의 재산권 지키는 게 더 중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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