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상가에 문을 열었는데 생각만큼 잘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재작년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열기로 했죠. 1억9800만원 들었습니다. 10억~11억원 하는 임대보증금과 1000만원 가량의 월세는 본사가 내고 저는 인건비와 관리비 등을 책임지는 형태입니다. 빵집 프랜차이즈도 비싼 곳은 4억~5억원을 줘야 문을 여는데 이만한 사업이 없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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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허 씨는 요즘 마음이 무겁다. 반경 150m 안에 두세 개의 개인 마트가 들어선 데 이어 기업형 슈퍼마켓(SSM)에 대한 영업규제로 매출이 뚝 떨어졌기 때문. 그는 특히 “나도 가맹계약을 체결해 장사하는 개인 점주에 불과한 데 어느 순간 대기업이라고 규제를 받기 시작했다”라며 “억울하고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가맹점 예외둬야”
경기도 군포에서 SSM을 운영하는 이영태(40) 씨도 마찬가지다. 6~7년간 개인 슈퍼마켓을 하다가 지난해 SSM으로 바꾼 그는 올 여름 시행된 영업규제로 월매출이 2000만~2500만원 가량 줄었다. 이 씨는 “남자 직원 2명을 고용할 수 금액이 날아간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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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씨가 개인 슈퍼마켓을 할 땐 직원 7~8명을 썼다. 그러다 SSM으로 바꾸면서 고용인원을 2배로 늘렸다. 그는 “개인 슈퍼마켓을 할 땐 제조업체나 대리점 직원이 직접 와서 매장관리를 해주기 때문에 많은 직원이 필요 없지만 SSM으로 간판을 바꾸면 그렇게 할 수 없다”며 “영업규제로 매출이 줄면서 직원을 그대로 유지하기도, 줄이기도 어려워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이 씨는 “직영점이야 대기업이 직접 하는 것이니 규제를 하더라도 우리 같은 가맹점은 예외를 둬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똑같은 개인이 하는 것인데 우리보다 매장이 큰 개인 마트나 슈퍼마켓은 놔두고 대기업 간판을 달고 있다는 이유로 개인이 운영하는 가맹점을 규제하는 것은 지나친 일 아니냐”고 따졌다.
“규제해야할 곳은 놔두고…”
강원도 강릉에서 개인 슈퍼마켓을 하다가 지난달 롯데슈퍼로 바꾼 조현영(43) 씨도 비슷한 문제를 거론했다. 그는 “대도시는 이마트나 홈플러스, 롯데마트가 문제일지 몰라도 지방은 농협이 더 큰 문제”라며 “전통시장 가까이에 붙어 있는 것도 농협 하나로마트고, 여기저기 문을 연 곳도 하나로마트인데 정작 거기는 놔두고 다른 곳만 규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구 22만명의 강릉시에는 현재 20개가 넘는 하나로마트가 영업하고 있다. 이들은 농수산물 판매 비중이 51%를 넘는다는 이유 등으로 영업규제 대상에서 빠져 있다. 이 씨는 “농협을 규제해야 전통시장이든 동네 슈퍼마켓이든 살아날 수 있는데 이 문제는 다들 손을 놓고 있다”면서 “소상공인을 보호한다면서 되레 역차별하는 게 지금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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