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In]창설 50주년, 위기의 국방과학연구소

1970년 '자주국방의 초석' 기치로 창설 50주년
허술한 보안체계와 기득권 고수로 최대 위기
  • 등록 2020-06-29 오전 6:00:00

    수정 2020-06-29 오전 6:00:00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올해 창설 50주년인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국방과학연구소는 ‘자주국방의 초석’을 기치로 1970년 8월 창설된 국산 무기체계 개발의 ‘요람’이다. 자주국방을 이루겠다는 애국심으로 뭉쳤던 연구원들의 피와 땀은 군이 현재 운용하고 있는 국산무기에 녹아 있다.

하지만 허술한 보안체계와 일부 퇴직자들의 일탈 행위로 국가기밀 유출의 온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 2007년부터 정부가 추진한 ‘재구조화’ 개혁방안도 국방과학연구소의 소극적 대응으로 정책 성과가 크지 않은게 사실이다. 국방과학 기술을 다룬다는 기관의 특수성 탓에 국방과학연구소에 대한 관리·감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제는 기득권을 깨고 새롭게 탈바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27일 대전 유성구 국방과학연구소 정문 앞에 바리게이트 안내등이 설치돼 있다. [사진=뉴스1]
‘재구조화’ 개혁안, 13년 동안 제자리

역대 정부는 무기체계 첨단화와 전장 환경의 변화 추세 속에서 ‘정부(국방과학연구소)는 연구개발, 민간은 제조·양산’ 이라는 구조가 한계에 도달했다는 판단에 따라 국방과학연구소와 민간의 임무·기능을 재설정하는 ‘국방R&D 체계 개편’을 추진해왔다. 국방과학연구소는 비닉(庇匿)·비익(非益) 무기체계 개발에 집중하도록 해 미래전에 대응하고, 일반무기체계 개발은 업체에게 넘겨 국내 방위산업 발전과 수출을 도모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방위사업관리규정을 통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업체주관 연구개발을 우선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국방과학연구소 연구 인력과 조직 상당수가 일반 무기체계 연구개발사업에 투입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개발이 쉽고 해외 수출 등에 따른 기술료 수입이 인센티브로 돌아오기 때문이라는게 방위산업계 시각이다.

특히 ‘업체의 기술성숙도가 낮고, 전력화 지연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국방과학연구소 주관 사업이 이뤄지고 있지만 실상은 업체 주관에 비해 전력화 지연이 빈번하고 지연된 기간도 길었다. 지난 25일 20년만에 감사원이 국방과학연구소를 상대로 감사를 실시해 공개한 결과에 따르면, 2007~2019년 국방과학연구소 주관 22건의 사업 중 63.6%가 평균 22.6개월 지연됐다. 반면, 업체 주관은 36%, 평균 10.8개월 지연됐다.

게다가 국방과학연구소 주관 일반무기체계 연구개발의 대부분은 시제업체가 실제로 주도하고 있었다. 국방과학연구소 주관 사업 31개의 시제계약 135건을 분석한 결과, 시제업체가 주관기관이 수행해야 할 기본설계(42건·31.1%), 상세설계(18건·87.4%), 성능입증 (135건·10%), 체계통합 (32건·23.7%)을 수행하고 계약상 책임도 지도록 했다.

반면 국방과학연구소는 사업 수 대비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 등으로 연구개발은 업체에 떠넘기고 계약·일정·비용 관리와 업체가 제시한 설계도면 등의 검토·승인 등 사업관리 업무에만 치중했다. 그런데도 2014년부터 2018년까지 102개 일반무기체계 연구개발사업 중 국방과학연구소 주관 사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사업 건수 기준으로 2014년 23.2%에서 2018년 35.8%로, 예산액 기준으로도 2014년 32.1%에서 2018년 59.3%로 높아졌다.

[출처=국방과학연구소 홈페이지]
‘꼼수’로 퇴직자 재취업 지원…보안체계 ‘엉망’

현 정부들어 국방개혁 2.0에 따라 또 다시 국방과학연구소 재구조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미래전에 대응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지상·해양·항공무기 3개 본부를 독립시키는 것에도 소극적인 모양새다. 3개 신설 부설기구의 기초연구와 핵심기술 연구과제는 변동없이 그대로 수행 중이다. 연구원의 1.4%(1062명 중 15명)만 부서를 이동하는 등 인력 개편도 이뤄지지 않았다는게 감사 결과다.

이와 함께 ‘꼼수’를 동원해 퇴직자의 재취업 길도 터줬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퇴직 전 5년간 담당한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관에는 퇴직 후 3년 동안 취업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국방과학연구소는 특정 직위에서 물러난 뒤 3년 이상 무보직 연구원 등으로 재직할 수 있도록 해 2014~2019년 팀장급 이상 퇴직자 156명 중 83.3%를 ‘무보직 근무’로 해 취업제한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이에 따라 45명이 방산업체 등에 취업했고, 이들 중 37명은 퇴직 후에도 국방과학연구소를 업무 목적으로 677차례 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최고 수준의 보안이 요구되는 국방과학연구소의 보안 시스템이 엉망이라는 지난 25일 방위사업청의 국방과학연구소 기술보호 실태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문서암호화(DRM) 솔루션과 정보유출방지시스템(DLP)이 있었지만, 9년 동안 업그레이드를 하지 않고 60%가 넘는 PC에 보안 프로그램이 설치되지 않는 등 방치됐다. 퇴직 연구원에 의한 기술자료 유출이 발생하는 등 극비를 다루는 국가기관이 맞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그런데도 국방과학연구소는 기술정보보호 관련 조직을 정비하겠다며 ‘기술정보보안센터’ 설치를 대책으로 제시했다. 보안시스템 부재가 사람과 조직이 부족해서라고 판단한 것이다. 또 퇴직자와 국방핵심기술 보유자에 대한 관리·감독을 위해 ‘국방기술지주회사’도 만들겠다고 했다. 퇴직자들이 갈 자리를 만들어 주겠다는 얘기인데, 아직도 정신을 못차렸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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