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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컷 원앙은 짝짓기 시기에 암컷 쟁탈전을 벌이며 팔색조만큼 화려한 몸색깔을 드러내는데요, 이런 원앙의 모습을 닮아 ‘원앙사촌’(Tadorna cristata Kuroda)으로 불리는 새가 있습니다.
기러기목 오리과로 몸길이는 약 64㎝입니다. 원앙(41~49㎝)보다 큰 물새입니다. 수컷은 머리가 흰색이며, 머리꼭대기에는 검은색의 긴 댕기가 있어 두건을 쓴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북한에서는 ‘댕기진경’이라는 이름으로 불립니다.
윗가슴은 암녹색, 배는 회색이고 아래꽁지덮깃 부근은 주황색입니다. 등은 회색이며 적갈색을 띱니다. 날개에는 넓은 흰색의 띠가 있고 어깨깃은 암녹색입니다. 암컷은 갈색이지만 흰머리, 검은 댕기와 검은 눈테가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자연 상태에 살아 있는 모습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전세계에 단 3점의 표본만으로 존재하는 새입니다.
그러던 중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원앙사촌이 학계에 소개되며 비로소 별도의 종으로 인정받게 됩니다. 일본 박물학자 쿠로다 나가미치 박사는 1916년 낙동강에서 채집된 오리류 표본을 부산 박제가게 선반에서 발견해 신종 원앙사촌으로 일본 조류학회지에 발표했습니다. 표본이 하나뿐이어서 신종인지 잡종이지가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에도시대 후기에 발간된 조류해설서 등에 ‘조선원앙’으로소개된 사실이 확인돼 세계조류학회는 신종새로 인정했습니다.
세번째 표본은 전북 군산 모래톱에서 어부가 채집한 것입니다. 이 또한 쿠로다 박사가 사들인 탓에 두 번째와 세 번째 표본은 모두 일본 야마시니 조류연구소에서 보관 중입니다. 세계 2차 대전 때 연합군의 폭격으로 집에 불이 나자 쿠로다 박사는 원앙사촌 표본 두 점만 가슴에 품은 채 화염을 빠져나왔다고 합니다. 쿠로다 박사의 이런 헌신이 없었다면 원앙사촌은 극동의 한 구석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잡종새가 됐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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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터전이었던 우리나라에서는 아예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어 안타깝습니다. 1971년 북한 함경북도 명천군 보천강 하구에서 목격됐다는 얘기도 있지만, 그 이후로는 목격담조차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경희대 자연사박물관과 이화여대 자연사박물관에 나무를 깎아 만들어진 모조 표본만이 있을 뿐, 살아 있는 것도 연구자료도 없는 실정입니다.
군산시청 관계자는 “시 차원에서 적극적인 환수조치에 나선다면 국가 간 외교문제로 번질 수 있어 지금은 전면에 나서서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상훈 국립생물자원관 동물자원과장은 말합니다. “원앙사촌의 서식지인 갯벌과 연안이 매립과 오염으로 얼룩져 이 땅에서 야생 원앙사촌을 보는 일은 어쩌면 영원히 불가능할지 모릅니다. 가까이 있을 때는 그 소중함을 못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원앙사촌은 우리에게 ‘가까이 있는 것부터 지켜야 한다’고 소리 없이 알려주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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