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LIG그룹 '회장님' 나란히 법정에

구자원 LIG 그룹 회장이 작년 10월 26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사옥에서 LIG건설 기업어음(CP) 부정 발행 의혹과 관련해 긴급 기자회견을 했다.(사진 왼쪽).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지난 4월 15일 오후 항소심 결심 공판을 받기 위해 구급차를 타고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으로 들어오고 있다.

[이데일리 정태선 기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LIG그룹 오너일가가 조만간 항소심 법정에 선다

27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김기정)는 오는 29일 오후 3시 회사에 수천억 원대 피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된 김승연 한화(000880)그룹 회장에 대한 파기환송심 첫 공판을 진행한다.

김 회장은 지난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위장 계열사의 부채를 그룹 계열사가 대신 갚도록 해 회사에 3200억 원대의 손실을 떠넘긴 혐의로 2011년 1월 불구속 기소됐다. 지난해 8월 1심에서 징역 4년과 벌금 51억 원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고, 항소심에서는 일부 배임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아 징역 3년에 벌금 51억 원으로 감형됐다.

대법원은 지난달 26일 김 회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기업이 부실 계열사를 불법 지원한 행위는 경영판단의 원칙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는 법리를 재확인했지만, 업무상 배임죄의 요건인 재산상 손해 발생 여부는 보다 세밀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판단한 것.

구속 수감의 위기까지 내몰렸던 김 회장은 이날 파기 환송으로 집행유예도 기대해 볼 수 있게 됐다. 김 회장은 항소심에서 징역 3년까지 감형을 받았는데 형법상 집행유예는 징역이나 금고형이 3년 이하일 때 가능하다.

변호인단과 검찰은 이번 파기환송심을 단단히 벼르고 있어 치열한 법리 공방이 예상된다. 법무법인 율촌·화우 변호사들이 포진한 김 회장의 변호인단은 파기환송심에서 김 회장의 횡령·배임 금액을 최대한 낮춰 추가 감형을 얻어내려 할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이 끼친 손해액은 1심에서 3000여억 원으로 추산됐다가 2심에서 1797억 원으로 낮아졌다. 김 회장은 지난 1월 건강이 나빠져 구속집행이 정지됐으며 이후 3회에 걸쳐 기간을 연장, 내달 7일까지 형 집행이 정지된다.

한편 구자원 LIG그룹 회장은 내달 5일 오후 2시 같은 재판부에서 항소심 첫 공판을 받는다. 앞서 구 회장은 2010년 말 LIG건설의 재무상태가 나빠져 상환능력이 없는데도 2011년 3월 법정관리 신청 전까지 모두 2200억 원 상당의 CP를 사기 발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지난달 13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를 유죄로 판단, 구 회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구 회장의 장남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43)에게는 징역 8년을 선고했고, 차남인 구본엽 전 LIG건설 부사장은 범행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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