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기 서울대 교수·한국중견기업학회장] 최근 중국의 대표적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Alibaba)의 기업공개 사례가 화제가 되고 있다. 알리바바는 상장시 기업가치가 6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매우 중요한 기업공개 사례여서 주요거래소의 큰 관심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알리바바의 창업자인 잭 마(Jack Ma)는 홍콩증권거래소에 알리바바의 기업공개 시 이사회의 이사 후보 과반수를 현 경영진으로 구성된 조합이 지명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는 지배구조를 허용해 달라는 요청을 하였다가 거절당하자 뉴욕으로 상장거래소를 변경할 것을 검토 중이다.
그렇다면 알리바바 창업자는 왜 이런 요구를 홍콩증권거래소에 하게 됐을까? 그가 원했던 것은 구글(Google)에서와 같은 경영권의 안정적 유지였다. 예를 들면 구글의 경우 기업가 정신의 유지와 장기적 관점의 경영을 위해 기업공개시 차등의결권주(Dual Class Shares)를 발행해 창업자들의 안정적 경영권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홍콩거래소는 차등의결권주 발행을 허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차등의결권주 없이도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지배구조 방안을 요청하게 된 것으로 파악된다. 따라서 이번 사례를 계기로 차등의결권주제도에 대한 논란이 다시 일어나고 있다.
차등의결권주란 1주 1의결권(one share, one vote)의 원칙을 따르지 않고 1주당 의결권이 서로 상이한 다른 종류의 주식을 발행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구글의 경우 공동창업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은 일반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에 비해 주당 10배의 의결권을 가지는 차등의결권주이다. 이는 50%이상의 절대적 지분율을 가지지 않고도 기업의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유지시켜 주는 장치로서 미국의 경우 벤처기업 상장시에 많이 활용되는 제도이다. 구글뿐만이 아니라 페이스북(Facebook), 링크드인(Linkedin), 징가(Zynga), 그루폰(Grupon) 등이 이 제도를 활용해 기업공개한 회사들이다.
차등의결권주는 역사적으로 볼 때 적대적 인수위협으로부터의 경영권 방어, 신문사와 같은 공공성이 강한 기업들의 경영권 안정화, 장기적 관점에서의 경영, 벤처기업의 상장활성화 등의 목적에 효과적으로 활용되어왔다. 특히 기업공개 이후에도 창업자들의 기업가정신이 잘 유지되도록 하는 장점이 강조됐다. 미국의 포드자동차나 스웨덴의 인베스터에이비(Investor AB)그룹과 같은 세계적 대기업들도 차등의결권을 활용하여 가족경영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차등의결권주는 1주 1의결권 원칙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성과에 관계없이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는 단점이 있어서 우리나라와 홍콩, 싱가포르에서는 현재 이를 금지하고 있다.
세계최고의 벤처강국인 미국의 벤처기업들이 차등의결권주제도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은 창조경제를 강조하는 우리나라에서도 깊이 고려할 필요가 있다. 경영권 승계문제에 굉장히 민감한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벤처창업과 성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제도로 차등의결권주 허용이 검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 대기업은 예외로 하더라도 중소기업, 중견기업에게도 차등의결권을 허용하는 것은 안정적이고 장기적 관점의 경영을 가능하게 하고 가업승계를 원활하게 한다는 점에서 창조경제시대의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