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여러분, 저는 이 이야기를 P씨 본인에게서 들었습니다. 위 상황도 P씨의 눈으로만 본 겁니다. 그런데 과연 경비원 어르신 입장에서는 어땠을까요. 그 역시 사정이 있었겠지요. 이를테면 빌딩 입주사들로부터 각종 민원을 듣고 압박을 받았을 수도 있을 겁니다.
P씨는 분을 삭이지 못하면서도, 다시 한번 천천히 생각해봤다고 합니다. ‘나와 경비원이 아니라 주위에서 있던 사람들은 어떻게 봤을까.’ 결론은 곧 나왔습니다. 어쨌든 더 가진 게 많아 보이는 중년이 어르신을 윽박지르는 그림이 그려지더라는 겁니다. ‘제3자의 눈’을 더 생각했던 겁니다. P씨는 그 길로 차를 돌렸습니다. 경비원을 찾아갔습니다. “어르신, 사과드리러 왔습니다. 죄송합니다. 억울했지만 생각해보니 제가 과했던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머뭇거리던 어르신도 오히려 고맙다는 표정을 지었다고 합니다. 이런저런 사정도 설명하면서요. P씨는 그때 당시 돌아오던 길을 이렇게 회상합니다. “뭐라고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분이 좋더라고요. ‘너 정말 잘했고 기특하다’ 이렇게 저 스스로 칭찬해주고 싶었어요.”
권모술수 정치권서 더 빛나는 협치론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입니다. 누구나 보고 싶은 세상만 보려 합니다. 하지만 그건 종종 오류에 빠지지요. 그래서 P씨가 의식적으로 노력한다는 ‘제3자의 눈으로 바라보기’가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추후 국회의원이 되고자 하는 P씨를 다시 보는 계기도 됐습니다.
‘제3자의 눈’ 곱씹는 정치인 많았으면
남경필 경기지사와 원희룡 제주지사는 비주류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이런저런 계파에 휘둘리지 않았는데도 어느덧 중진으로 살아남았습니다. 적지 않은 정치권 사람들은 “남경필과 원희룡의 경쟁력이 지금껏 유지되는 건 자기정치를 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둘은 현재 지방행정에서 연정(연합정치) 실험을 하고 있지요. 남경필 지사는 “정치인들 싸움 좀 그만하고 협력하라는 게 민심이고 천심”이라고 말합니다. “권력을 나누면 재미있게도 권력은 더 커진다”는 그 철학은 P씨의 ‘잊지 못할 그날’과 묘하게 오버랩됩니다.
지난해 세밑 정국은 우울했습니다. “나만 옳고 너는 그르다”로 요약되는 우리정치의 풍토는 국민 정서와는 완전히 동떨어진 겁니다. 그러니 선거구든 법안이든 되는 게 하나 없고 질타만 받는 겁니다. 병신년(丙申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총선의 해이지요. 올해는 ‘국민은 과연 어떻게 볼까’라고 한번씩 곱씹어보는 정치인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의견을 기다립니다. 여야 정치권의 정쟁 혹은 정책을 보고 궁금한 점이 있으면 jungkim@edaily.co.kr로 보내주세요. 부족하지만 최대한 답변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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