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동물을 찾아서]향기탓에 멸종위기..휴전선 덕에 살아남은 사향노루

양귀비 황진이 등 역사상 유명 미인들 사향 애호가
사향노루 1마리서 25g만 나와..무차별 사냥에 멸절
2009년 휴전선 인근 생태조사에서 생존 확인돼
  • 등록 2015-05-02 오전 9:11:19

    수정 2015-05-02 오전 9:11:19

이데일리에서는 멸종위기에 처했거나 이미 멸종된 동식물을 소개하는 기사를 국립생물자원관의 도움을 받아 연재합니다. 인간의 남획과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환경변화는 수십년 전만 해도 쉽게 접할 수 있던 동식물들마저 멸종 위기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이번 연재를 통해 멸종위기 동식물들에 대해 보다 많은 독자들이 관심을 가져주길 기대합니다.[편집자주]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나폴레옹의 연인 조세핀과 양귀비, 황진이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사향노루의 애호가였다는 점입니다. 세기의 미녀들이 동물 애호가였느냐고요? 그건 아닙니다.

사향노루(국립생물자원관 제공)
사향노루의 외모는 고라니와 비슷합니다. 하지만, 몸길이 1m 어깨높이 50㎝ 등으로 고라니보다 더 작습니다. 털은 굵고 단단하며 등 부분 색깔은 검은 갈색을 띱니다. 흰색 줄이 두 눈으로부터 몸의 좌우, 앞가슴을 지나 앞다리 안쪽까지 내려와 고라니와 확실히 구분됩니다.

사슴과지만, 암컷과 수컷 모두 뿔이 없습니다. 다만, 수컷에는 5㎝ 정도의 송곳니가 입 밖으로 드러나 짝을 찾기 위한 숫컷 간의 쟁탈전이나, 위협으로부터의 방어 등에 유용하게 쓰입니다.

수컷 사향노루는 암컷을 유혹할 때 쓰는 독특한 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3살 이상의 수컷 생식기 부근에는 사향을 분비하는 사향주머니가 달려 있습니다. 바로 이곳에서 ‘마스크T ’라는 페르몬이 뿜어져 나와 암컷을 유혹합니다.

가까이에서 맡으면 누린내 비슷한 향내가 나 예부터 고급향료로 쓰여왔습니다. 조세핀 뿐만아니라, 양귀비, 황진이를 비롯해 우리나라 여염집 아낙네들도 향갑에 사향노루의 사향을 담아 휴대했습니다.

약이 귀했던 과거에는 쇠약해졌거나 실신했을 때 먹는 약으로 사향을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약용 때문에 사향은 우황청심환의 재료로도 쓰입니다.

이처럼 다양한 용도로 활용된 덕에 사향이 비싸게 팔리자 사람들은 산과 들에 마구잡이로 덫을 놨습니다., 수컷이 아닌 암컷 사향노루나, 채 3살이 안 된 어린 사향노루, 다른 동물들까지 덫에 걸려 목숨을 잃었습니다.

사향노루 1마리에서 채취할 수 있는 사향의 양은 20~25g에 불과합니다. 1㎏의 사향을 얻기위해서는 3살 이상의 수컷 사향노루 45~50마리가 목숨을 잃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3살 이상 수컷 사향노루를 잡기 위해 처놓은 덫에 걸린 다른 수많은 동물들의 목숨은 또 별개입니다.
2011년 강원도에서 적외선 카메라를 통해 촬영된 사향노루의 모습(환경부 제공)
수난을 겪으면서도 6.25 전쟁이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산야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사향노루는 1980년대 들어 자취를 감췄습니다. 전문가들은 1980년대에 남한에선 사향노루가 멸절한 것으로 추정해 왔습니다. 현재 사향노루는 멸종위기종 야생동물 1급으로 지정돼 있습니다.

그러다 2007~2009년까지 3년간 이뤄진 환경과학원의 휴전선 인근 생태조사에서 사향노루의 서식이 확인됐습니다. 한반도에서는 완전히 멸절된 것으로 알려진 스라소니와 대륙사슴, 늑대와 달리 소수라도 살아남았다는 사실에 반가움이 큽니다. 하지만 이들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고 합니다.

“현재 사향노루가 사는 지역에 대한 개발이 추진되고 있고 밀렵의 마수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사향노루의 미래는 여전히 밝지 않아요.” 한상훈 국립생물자원관 동물자원연구관의 말입니다.

지난 수백년 동안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했습니다. 사향을 대체하는 의학 원료와 향료 등도 개발됐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사람들은 ‘천연제품이 좋다’며 사향노루의 목숨을 노리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지 않는 한 사향노루는 언제 다시 멸절될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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