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동욱 기자]국토교통부 사고조사위원회가 아시아나항공 사고 항공기를 조사 중인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에 항의서한을 보냈다. 아직 최종 조사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NTSB의 과도한 정보공개가 자칫 사고원인에 대해 잘못된 억측을 낳을 수 있다는 우리 측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지난 13일 조태환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위원장 이름으로 NTSB 데버러 허스먼 위원장에게 2쪽 분량의 영문 서한을 팩스로 보냈다고 14일 밝혔다. 조사위는 서한에서 NTSB에 ‘사고조사 관련 정보를 충실하고 정기적으로 제공해달라’고 요청했다.
조사위는 이어 ‘사고조사는 국제 기준에 따라 객관적으로 공정하게 해야 한다’며 NTSB의 지나친 정보 공개에 우회적으로 문제 제기를 함으로써 불만을 표시했다. 조사위는 항의서한 문구의 수위를 놓고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허스먼 NTSB 위원장은 사고 다음날인 지난 8일부터 12일까지 닷새간 매일 언론 브리핑을 하면서 조종사들의 진술과 비행자료 기록장치(FDR), 조종실 음성 녹음장치(CVR) 분석 내용 등을 상세히 공개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조종사 과실’에 무게를 두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때문에 사고원인을 둘러싸고 한-미간 공방도 가열화되는 모습이다. 최정호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11일 브리핑에서 “정부는 사실에 입각해 발표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조종사의 진술이 사실인지는 확인해봐야 한다”면서 “진술을 공개하는 게 사고 원인을 밝히는데 바람직한지는 생각해봐야 한다”고 NTSB를 간접적으로 겨냥한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한편 한국은 사고가 일어난 샌프란시스코와 NTSB 본부가 있는 워싱턴에 각각 6명과 2명을 파견했다. 워싱턴에 간 2명은 6개월 이상 걸리는 블랙박스 분석 작업을 본격적으로 하지만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조사관들은 며칠 안에 현장조사 보고서 작성이 끝나면 귀국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