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중국 여유법에 '여유없는' 한국관광산업

  • 등록 2013-12-10 오전 8:07:40

    수정 2013-12-10 오전 8:07:40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올해도 20일이 채 남지 않았다. 관광업계도 여느 해처럼 다사다난했다. 그중 지난 10월 시행된 중국 여유법은 우리 관광산업의 판도를 바꾸는 큰 사건이었다. 여유법의 주요 내용은 여행사가 불합리한 저가상품으로 고객을 모집하거나 쇼핑 등 별도 항목으로 부당한 이익을 챙기는 것을 금지하고 쇼핑장소도 지정하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여유법 시행은 한국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먼저 항공료에도 못 미쳤던 저가 패키지 여행상품이 시장에서 사라졌다. 우리나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 수 증가 추이도 급감했다. 실제 지난 10월 중국인 관광객 수가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60%까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인들도 울상이다. 명동 등 쇼핑 명소에서 사라진 중국인 관광객으로 인해 된서리를 맞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와 업계는 대책 마련에 고심이다. 정부는 지난 5일 과도한 쇼핑 강요 등을 일삼은 중국 전담 여행사 22곳의 자격을 박탈하기도 했다. 외국인 관광객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관광경찰제도 도입했다. 업계도 특화상품을 내보이는 등 관광산업의 새판을 짜고 있는 모양새다. 늘 그래 왔듯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을 되풀이 하고 있는 것이다.

이전과 다른 점은 타의에 의한 변화라는 것이다. 중국에서 살짝 분 미풍(微風)에 우리 관광산업 전체가 휘청거리는 셈이다. 근본 원인은 불합리한 관광산업 구조를 오래 방치해온 우리 자신에게 있다. 양적 성장에 치우쳐 합리적인 시장 질서를 외면한 정부나 출혈 경쟁으로 제 살 깎기 경쟁을 해온 여행업계가 만들어 낸 결과다. 일본 여행업계가 제값 받는 상품으로 이익도 내고 양질의 서비스로 외국인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과 달리 우리 여행업계는 죽어라 경쟁하면서도 이익도 못 내고 손님에게 불쾌함만 심어주는 악순환을 거듭해온 것이다.

그나마 전망은 밝다. 내년에도 방한 중국인 관광객의 수요는 늘어날 것이라고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공급과잉으로 인한 것이지 우리만의 특화된 상품이나 매력으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은 아니다. 바람이 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단단한 외벽을 만드는 일은 우리 손이 할 일이다. 자의든 타의든 변화는 시작됐다. 관광산업의 백년지대계를 세우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는 중국이 아닌 우리 하기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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