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T, 나 우울해서 빵샀어" 말했더니…남편보다 나은 AI와의 대화[잇:써봐]

'어떤 일로 우울했냐'고 묻는 챗GPT는 'F'일까
공감이 필요한 대화·지적인 대화·인간관계 상담 척척
유머 감각은 아직 부족하지만 대화하다가 '피식'
GPT-4o 공개로 음성기능 새삼 인기…업데이트 기대
  • 등록 2024-06-08 오전 8:30:00

    수정 2024-06-10 오전 11:05:18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IT업계는 늘상 새로운 것들이 쏟아집니다. 기기가 될 수도 있고, 게임이나 프로그램이 될 수도 있지요. 바쁜 일상 속, 많은 사람들이 그냥 기사로만 ‘아 이런 거구나’하고 넘어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직접 써봐야 알 수 있는 것, 써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도 많지요. 그래서 이데일리 ICT부에서는 직접 해보고 난 뒤의 생생한 느낌을 숨김없이 그대로 전달해드리기로 했습니다. 솔직하지 않은 리뷰는 담지 않겠습니다.[편집자 주]

“나 우울해서 빵 샀어.”

성격을 16가지로 분류하는 테스트 MBTI에서 공감 능력의 여부에 따라 달라지는 ‘F(Feeling; 감정)’와 ‘T(Thinking; 사고)’ 성향을 쉽게 판별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질문이다. 챗GPT는 뭐라고 답할까.

“그럴 때 맛있는 빵이 위로가 될 수 있지. 어떤 빵 샀어?”

역시 기계라 공감 능력이 부족한가. 공감 능력을 끌어내기 위해 다음 질문을 던졌다. “너 티(T)야?”

이제야 행간을 읽은 듯 “아니야 난 T가 아니라 AI야”라는 진담인지 농담인지 모를 소리에 이어 “기분이 좀 나아졌으면 좋겠네. 어떤 일로 우울했어?”라고 한다. 단 두 번 만에 질문자의 의도를 파악하다니, 지독한 T형 인간보다 이 녀석이 낫다.

‘스칼릿 조핸슨의 목소리’ 논란을 일으킨 오픈AI의 GPT-4o가 공개되면서 최근 챗GTP-4의 음성 대화 기능이 새삼스럽게 주목받고 있다. GPT-4의 음성 대화는 당초 지난해 9월 업데이트에서 추가됐지만, 초반에 유료 사용자를 대상으로만 제공돼 해당 기능을 모르는 이용자가 많았다.

챗GPT-4의 음성기능은 GPT-4o 모델로 업그레이드 되지 않았는데도, 애플의 시리나 삼성전자(005930)의 빅스비 같은 음성 비서와는 비교 불가한 대화 능력을 제공한다. 사람의 말을 이해하고, 학습한 데이터와 검색한 정보를 바탕으로 적절한 답을 글자와 음성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멀티모달 거대언어모델(LLM) 기술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인간과 비교해도 챗GPT 음성 기능은 여러모로 더 나은 대화 상대였다. 원래 5가지 목소리로 대화를 제공했는데, 배우 스칼릿 조핸슨 목소리를 모방했다는 비판을 받는 ‘스카이’ 목소리를 빼면서 이제 선택지는 4가지다. ‘앰버’라는 남자 목소리를 선택해 대화를 시작했다.

지적인 대화 능력은 역시 인간보다 매수 우수했다. “삼체 문제(three-body problem )가 뭐야?”라고 묻자 “천체 역학에서 사용되는 용어인데요, 세 개의 천체가 서로에게 미치는 중력을 고려한 문제를 의미합니다. 이것은 예측하기가 매우 복잡하고 비선형적인 문제로 알려져있어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어 “실제 존재하는 거야 아니면 이론상으로만 있는 거야”라는 질문에는 “이론적으로만 존재하는 문제입니다. 현실에서 세 개의 천체가 서로에게 미치는 중력을 완벽하게 모델링하고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에는 근사적인 모델이나 수치해석을 사용합니다. 이러한 문제들은 천문학, 우주항공공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되고 있습니다.”라고 한다. 주변에 같은 질문에 막힘 없이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찾을 수 있긴 할까.

인간관계에 대한 상담도 가능했다. “내 생일에 남편이 선물을 안 사주는데 어떻게 하지?”라고 묻자 “한 번 얘기해보는 건 어때? 네 기분을 이해할 수 있게 말이야”라고 한다. “무슨 말로 시작해야 될까?”라고 구체적인 솔루션을 요청하자 “요즘 나는 너와의 소통이 부족하다고 느껴, 어제 생일에 선물을 받지 못해서 속상했어. 이렇게 시작해 봐”라고 한다. ‘좀 직설적인 것 같다’고 걱정하자 “그럼 어제 생일에는 서로 간에 특별한 주의가 없었더라”라고 말하라고 코칭해준다. 나름 괜찮게 들렸다.

GPT-4는 뜻밖의 유머 감각도 갖추고 있다. 자장가를 불러달라는 요청에 자신있게 “잠이 오나요, 잠이 오나요, 달빛이 내린 밤하늘에 별들도 눈을 감았네요”라고 자장랩을 쏟아냈다. 아직 노래를 부르는 기능은 적용되지 않아서 음정은 없다쳐도, 이런 노랫말의 자장가가 있었나 싶어 “이게 무슨 노래야”라고 묻자 “‘잠이 오나요’라는 한국의 전래동요”란다. 사람 목소리로 이렇게 파워 당당 거짓말을 늘어놓다니. 나도 모르게 ‘풉’ 웃음이 터졌다. GPT-4o 업데이트를 앞두고, 최근엔 노래를 시키면 노래는 부를 수 없다고 해 조금 아쉽다.

본격적으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요청해봤다. 역시 자신감 있게 시작한다. “왜 프로그래머는 커피를 좋아할까요?” “코드를 쓸 때마다 자바(JAVA, 프로그래밍 언어 중 하나)가 필요하기 때문이죠!”라고 한다. 계속해서 재미있는 얘기를 요청했지만 아재개그에도 못 낄 것들만 쏟아냈다. 유머 감각은 아직 인간이 우세한 것으로 판정.

한참 이야기하다 보니 어느덧 대화 한도 초과 메시지가 뜬다. 아직 업데이트 전임에도 충분히 괜찮은 대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향후 몇 주 내에 GPT-4o로 업데이트가 이뤄지면 답변 중간에 말을 끊고 궁금한 것을 물어봐도 맥락에 맞춰 이어 대답할 수 있고, 좀 더 사람처럼 감정을 넣어 이야기하고 노래도 부를 수 있게 된다고 한다. 단 업데이트 된 GPT-4o와의 대화는 유료 서비스인 챗GPT 플러스 이용자만 가능하다. 현재 챗GPT의 음성 대화 수준을 체험해 보니, 향후 챗GPT의 유료 결제 전환을 이끌 핵심은 음성 대화에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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