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질병?]"한국형 셧다운제 글쎄"…유럽 전문가들의 해법

확률성 게임 제재는 비교적 일치된 의견
"술, 담배처럼 게임 경고문도 필요"
셧다운제 입장 엇갈려…'기준 모호' 지적도
  • 등록 2019-11-27 오전 4:31:00

    수정 2019-11-27 오전 7:36:29



[베를린(독일)·코펜하겐(덴마크)=이데일리 황현규 기자] 유럽 각국의 게임 전문가들은 게임 중독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제안했다. △사행성 게임(확률성 아이템) 제재 △경고문 부착 △나이제한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현재 우리나라가 시행 중인 셧다운제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입장이 엇갈렸다.

확률성 아이템 법적 제재해야…경고문 필요

현지에서 만난 독일과 덴마크의 게임 전문가들은 게임 중독을 막기 위해선 게임에 포함된 사행성 요소(확률성 아이템)를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게임업계가 게임 중독을 일으키는 장치들을 의도적으로 게임에 넣어놓는데 이를 시민사회와 정부가 감시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덴마크 코펜하겐IT대의 루네 크리스티안(Rune Kristian Lundedal Nielsen) 교수는 “게임업계가 흥미를 높이기 위해 주로 취하는 확률성 아이템 삽입을 강력하게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우리나라도 한국 게임정책 자율기구에서 확률성 아이템을 자발적으로 규제하고 있지만 법적 제재는 없는 상황이다.

게임에 경고문을 붙이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독일 한스 위르겐 럼프(Hans jurgen rumpt) 뤼베크대 심리학부 교수는 “담배와 술처럼 게임에도 중독성을 우려하는 경고문을 붙이자”며 “게임 중독의 피해와 경각심을 강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러한 정책이 게임산업에 직격탄을 줄 수 있어 업계 반발이 클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독일 E-스포츠 스타트업인 쉐도우(Shadow) 관계자는 “추첨과 복권은 게임의 묘미”라며 “게임 요소를 제재하는 것은 오히려 다양한 게임의 발전을 저해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경고문에 대해서도 “게임 중독이 심각하다는 사회적인 공감대가 먼저 만들어져야 할 것”이라며 “선행 연구 없는 경고문은 오히려 낙인찍기가 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사진=이미지 투데이)


한국형 셧다운제 효과는?

한편 우리나라에서 시행 중인 셧다운제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입장은 엇갈렸다.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 있는 반면 시간·나이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지난 2011년부터 국내에서 시행되는 셧다운제는 만 16세 미만 청소년이 밤 12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온라인 게임에 접속할 수 없도록 하는 정책이다.

이에 대해 한스 교수는 “자제력이 부족한 게임 중독자들 특히 청소년들에게 효과 있는 정책”이라며 “독일도 참고해볼 만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나이와 시간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을 뿐더러 이른바 풍선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루네 교수는 “유럽 국가들 중 일부는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술이나 담배를 자유롭게 허용한다”며 “그런 아이들에게 게임은 하지 말라고 하는 게 가능하겠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게임 중독이 술·담배 중독보다 심하다는 과학적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그것보다 강한 규제를 하는 게 옳은지 의문”이라고 했다.

또 에스펜 아레(Espen Aarseth) 코펜하겐 IT대 게임학과 교수는 “오히려 낮시간에 ‘집중해서 몰입도 있게’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것도 게임중독을 키운다고 볼 수 있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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