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국내 항공사들이 최근 환승여객을 적극 유치하며 틈새시장을 노리고 있다. 주요 국제선 복항이 더딘 중국, 동남아시아 등에서 증가한 환승 수요를 겨냥한 것이다. 특히 무역 갈등 여파로 직항이 없는 미국과 중국 등을 연결하며 단거리 노선과 중·장거리 노선을 배합하는 전략이 눈에 띈다.
| 인천공항 전망대에서 바라본 인천국제공항 계류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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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11월 국제선 환승여객 수는 658만4972명으로 지난해 전체(643만5857명)를 이미 넘어섰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의 89.9% 수준까지 회복된 수치다. 환승여객은 국내 공항에서 다른 항공편으로 연결되는 승객이다. 2012년 631만5509명에서 2019년 732만1314명으로 증가했지만, 2020년 코로나19로 50만9009명으로 급감한 바 있다.
환승여객 증가의 주요 요인으로는 국내 항공사의 국제선 복항 확대가 꼽힌다. 특히 중국과 동남아에서 한국을 환승 거점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 직항편이 제한된 상황에서 한국을 경유해 미국으로 가는 수요가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올해 인천공항에서 환승객 수가 가장 많은 노선은 인천~마닐라(39만5018명)다. 이어 인천~로스앤젤레스(39만2845명), 인천~호치민(28만9471명), 인천~뉴욕(28만2581명), 인천~푸동(25만159명) 순이다.
국내 항공사들은 환승여객을 통해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한다는 구상이다. 올해 국적사 11곳의 환승여객 비중은 전체 대비 85%(559만3946명)로, 2019년 이후 최대 수준이다.
환승여객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국내 항공사는 단거리 노선과 중·장거리 노선을 배합하며 다양한 수요를 끌어모으고 있다. 대형항공사(FSC) 중 대한항공은 중국 및 동남아시아와 북미, 유럽을 연결하며 글로벌 항공사로 도약한다는 구상이다. 중국 노선에 신규 취항하고 북미 노선도 꾸준히 운영하면서다. 1~11월 환승여객 중 대한항공을 이용한 승객 수는 343만7960명으로 전체의 52.2%에 달한다.
아예 환승여객 수요를 저격한 저비용항공사(LCC)도 있다. 제주항공은 단거리 노선을 활용한 환승 네트워크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또 에티하드항공, 유나이티드항공 등과 노선 연계 협정을 맺으며 협력을 확대하고, 일본 소도시 신규 취항, 동남아 신규 취항 및 재운항을 통해 환승 여행객을 유치하고 있다.
업계는 이 같은 환승여객 수요 증가가 고환율 등 경기 변동성 속에서도 수익성을 확보할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주 노선에서 경쟁 관계인 중국 대형 항공사가 미국과의 무역갈등으로 인해 공급을 축소했다”며 “반면 미국의 비즈니스 여객수요는 역대 가장 좋은 호황을 기록하고 있어 반사 수혜가 우리나라로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