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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자본시장연구원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가 금융산업 환경에 미치는 영향 및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자산성격으로 구분한 운영체계 중 이자지급형 CBDC는 통화정책과 거시경제 측면에서의 유용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CBDC는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전자적 형태로 발행하는 화폐다. 블록체인 기술만 있으면 누구나 발행할 수 있는 가상화폐(암호자산)와 달리 오직 중앙은행만이 독점적 발권력을 갖는 법정 통화로, 현금과 동일한 가치를 갖는다.
이자 지급하는 CBDC, 예금 금리의 기준금리 민감도 상승 효과
CBDC 운영체계 설계와 관련해 중앙은행은 CBDC에 이자를 지급하는 이자지급형으로 할 것인지,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현금형으로 할 것인지를 고려해 선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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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자본시장연구원이 예금종류별로 기준금리에 대한 예금금리의 반응계수 추정치를 조사한 결과 정기 예금금리의 반응 계수는 1.3인데 비해 요구불 및 수시입출금식 저축성 예금금리의 반응계수는 각각 0.05와 0.40로, 기준금리에 대한 민감도가 낮게 나타났다. 그러나 기준금리의 영향을 직접 받는 이자지급형 CBDC가 광의통화(M2) 잔액(3494조, 8월 계절조정 평잔기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금리의 반응계수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자지급형 CBDC 도입시 예금금리들의 기준금리에 대한 반응계수는 1에 가까운 수준으로 상승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장점을 이유로 유럽중앙은행(ECB)도 CBDC 도입 형태와 관련해, 이자지급형 CBDC를 고려하고 있다.
해당 보고서를 작성한 장보성 거시금융실 연구위원은 “이자지급형 CBDC가 요구불 예금을 대체하는 저축 수단이 된다면 은행들의 경쟁적 도입 등의 이유로 인해 기존의 예금 이자보다 높게 설정돼 유입 요인이 높아진다”면서 “통화정책적인 측면에서 보면 금리조절 수단의 범위를 넓혀 통화정책의 파급효과를 높이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 이자지급형 CBDC 포함 다양한 형태 고려하고 있어
일각에서는 중앙은행이 CBDC에 이자를 지급하기로 결정할 경우 은행에서의 자금 이탈이 더 가속화하거나 은행들이 이에 대응하기 위해 예금금리를 인상한다면 대출금리와 기업의 자금조달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하지만, 부정적 영향이 일반적으로 일어난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캐나다 중앙은행도 은행이 과점이라고 가정할 경우 이자지급형 CBDC 도입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면서 금융중개기능을 더욱 활성화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한 바 있다. CBDC가 도입되고 그 금리가 과도하게 높은 수준으로 설정되지 않는다면, 시중은행들이 이에 발맞추어 예금금리를 높이면서 예금과 대출이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는 반론이다.
장보성 연구위원은 “CBDC 금리가 과도하게 높지만 않다면 사람들로 하여금 예금 유입 유인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면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고 어느 정도가 적정 금리일지에 대한 연구는 더 필요하겠으나 CBDC가 은행들이 다 망하게 할 수 있다는 그런 기존의 인식 자체는 바뀔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한은 측도 이자지급형 CBDC에 대해서도 고려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은 관계자는 “CBDC는 이자를 지급할 수도 있고 마이너스 금리를 부과할 수도 있고 해서 통화정책 여력이 넓어지긴 하는데 한은이 CBDC 발행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자금 형태로 봤을 때 현금형과 이자지급형을 모두 검토하면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은은 2017년부터 CBDC 관련 연구를 수행해 작년 8월부터 가상환경에서의 CBDC 발행, 유통, 환수 등 기본 기능과 오프라인 결제 등 확장 기능 등에 대해 모의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카카오 블록체인 기술 계열사 그라운드X가 경쟁입찰에서 사업자로 선정돼 모의실험을 맡고 있다. 내년 중 모의실험 결과 등이 나올 경우 이를 바탕으로 국민 여론 수렴 절차를 거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