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1위 더페이스샵, 추격하는 이니스프리..왜?

더페이스샵, 작년 영업이익 이니스프리 반토막 수준
청정섬 제주 헤리티지 이용한 이니스프리 마케팅 勝
자연주의 콘셉트 식상해진 더페이스샵..변화 시급해
  • 등록 2016-02-05 오전 6:00:00

    수정 2016-02-05 오전 7:46:56

[이데일리 염지현 기자] 화장품 로드숍 업계의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2010년부터 업계 1위를 고수했던 LG생활건강(051900)의 ‘더페이스샵’을 아모레퍼시픽(090430)의 ‘이니스프리’가 무섭게 추월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더페이스샵은 매출 6291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3% 늘어나는데 그쳤다. 영업이익은 598억원으로 전년(690억원)보다 13% 가량 줄었다. 반면 이니스프리는 매출 5921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30% 성장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256억원으로 64%나 늘었다.

이니스프리가 중국 상하이에 선보인 플래그십 스토어. 제주를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는 그린 카페 등을 822㎡(약 250평) 규모로 선보였다.
더페이스샵 매출엔 메이크업 브랜드 ‘보브’ 등 자회사 실적이 연결된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이니스프리가 더페이스샵을 추월한 셈이다. 특히 이니스프리의 영업이익은 더페이스샵의 두 배를 넘어섰다.

2010년 초반 업계 5위 안에 끼지도 못했던 이니스프리가 1위로 부상한 것은 ‘제주’를 브랜드 전면에 내세운 마케팅 전략, 제품 경쟁력 등에 있다. 중국인에게 제주도는 청점 섬, 신비로운 섬이라는 인식이 강한 곳이다. 진나라 진시황이 서복(徐福)에게 불로초를 찾아오라고 동남동녀 3000명과 함께 동쪽으로 보낸 땅이 바로 서귀포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환경 오염, 안전 문제 등으로 깨끗한 원료에 대한 갈망이 강한 중국에서 이니스프리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것.

특히 이니스프리는 ‘제주’를 잘 활용한 마케팅으로 이미지를 끌어올리고 있다. 상하이엔 중국 내 단일 매장으로 가장 큰 822㎡(약 250평) 규모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선보이고, 제주에서 나는 재료를 사용한 음료와 디저트 등을 선보이는 카페 등을 만들어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또 제주도를 느낄 수 있는 독특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제주 온천수를 가루로 만들어 이를 물에 넣으면 온천에서 세수한 듯한 느낌이 나는 ‘제주 탄산’ 라인이 대표적이다.

이에 이니스프리는 지난 3년간 중국에서 평균 430%에 이르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중국 전체 매출의 30%에 해당되는 수준이다. 지난 한 해 사이 100개 였던 매장도 200개를 넘어섰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니스프리가 회사 평균보다 수익성이 높은 수출, 면세점, 온라인 채널의 매출 비중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올해도 추가적으로 수익이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자연주의’를 내세운 더페이스샵은 2010년도 초반 ‘미샤’나 ‘에뛰드하우스’ 등 색조에 특화된 브랜드들이 있을 때만 해도 깨끗한 느낌의 콘셉트가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자연주의 화장품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자연주의라는 콘셉트가 상당히 많이 식상해진데다가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된 제품을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적인 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는 두 브랜드의 희비가 갈리는 것은 마케팅과 제품 기술력 때문”이라며 “이니스프리는 국내 브랜드들이 못한다고 평가받았던 스토리텔링, 브랜딩 마케팅 등을 상당히 잘한데다가 제품의 질까지 담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 화장품 시장이 점점 성숙해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더페이스샵의 변화가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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