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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2주 전에 백령도에 다녀왔습니다. 인천여객터미널에서 백령도까지 뱃길로 왕복 9시간이 걸리는 먼 길이었습니다. 실제 거리는 울릉도보다 가깝다고 하는데, 오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더 깁니다.
배멀미를 참아가며 백령도를 찾은 이유는 우리나라 멸종위기종 2급으로 관리되고 있는 점박이물범을 만나고 싶어서였습니다.
점박이 물범은 바다표범 중 가장 작은 종입니다. 성숙 수컷의 최대 체장은 1.7m, 암컷은 이보다 약간 작은 1.6m입니다. 체중은 82~130㎏입니다. 앞머리 부위가 둥글면서 높고 귓바퀴는 아주 작은 유선형이어서 물속에서 재빠르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몸 색깔은 일반적으로 옅은 은회색에 일정한 크기의 타원형 점들이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전 세계에 약 300만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리나라는 1940년대만 해도 서해 전 지역에 약 8000마리 정도가 서식해 흔히 접할 수 있었지만 1980년대에 2300마리로 줄어든 데 이어 최근에는 250~300마리만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주 서식지는 백령도입니다. 한반도 서식 개체중 200여 마리가 백령도에서 매년 여름을 지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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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중국에서는 사람들이 점박이물범이 새끼를 낳기 위해 유빙으로 올라오는 바로 이때를 노려 점박이물범을 사냥합니다. 가죽이 상하지 않도록 머리를 집중 가격, 실신시켜 가죽을 벗긴다고 합니다. 유빙에서 태어난 점박이물범의 새끼는 흰색입니다. 보호색인 셈입니다. 흰색인 점박이물범 새끼 가죽은 밍크 목도리 만큼이나 비싼 가격에 팔린답니다. 점박이 무늬가 아름다운 어미 가죽 또한 가방이나 지갑으로 만들어져 고가에 팔립니다. 또 점박이물범에서 채취한 지방은 ‘오메가3’ 건강식품으로 재가공돼 팔려나갑니다. 새끼를 낳기 위해서 암컷과 수컷이 함께 유빙에 올라오기 때문에 사냥꾼에게 온 가족이 몰살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합니다.
한때 점박이물범의 생식기가 정력에 좋다는 소문이 퍼져 수난을 겪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속설입니다. ‘해구’(海狗)라고 불리는 물개는 수많은 암컷과 짝짓기를 하지만 점박이물범은 암수 한쌍이 평생을 같이 합니다. 정력제로 유명한 ‘해구신’은 점박이 물범에게선 구할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이래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북한군으로 오인 사격 당하거나 그물에 걸려 죽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점박이물범에게는 상어나 범고래보다 사람이 더 큰 위협입니다. 수만년간 상어와 범고래에게 사냥당하면서도 건재했던 점박이물범은 사람들이 점박이물범을 사냥하기 시작한 지 몇십년만에 멸종위기까지 몰렸습니다.
백령도에서 이틀 동안 점박이물범을 찾아다녔지만 끝내 만나지 못했습니다. 봄이 늦어져 점박이물범이 산둥반도에서 백령도로 돌아오는 시기도 늦어졌다고 합니다.
아쉬움이 컸지만, 한편으로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났다면 더 가까이서 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을 게 분명했으니까요.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점박이물범이 더는 상처받지 않기를, 그래서 더 많은 친구들과 우리나라를 찾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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