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 합의로 ‘증세없는 복지’ 대안 찾아야

  • 등록 2015-02-05 오전 6:00:01

    수정 2015-02-05 오전 6:00:01

박근혜정부의 대표 정치철학인 ‘증세 없는 복지’가 다시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이번엔 집권 여당이 논쟁의 불씨를 지폈다는 점이 색다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며 정치인이 그러한 말로 국민을 속이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일갈했고 ‘비박(非朴) 투톱’의 한 축인 유승민 원내대표는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규정했다. 여권으로선 박 대통령 집권 2년도 안 돼 ‘반란’이 일어났고 야권으로선 ‘진흙탕 전당대회’로 허우적대다 여당에 귀중한 선수를 빼앗긴 모양새다.

박 대통령 임기 5년 동안 복지에 135조원을 투입한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문제는 재원이다. 세출 절감으로 60%를 충당하고 나머지는 비과세·감면 축소와 지하경제 양성화에 의한 세수 확대로 해결한다는 처방도 내놨다. 그러나 복지급여는 여전히 줄줄 새고 과세권 남발에 따른 국세청 패소율 급증이라는 부산물만 낳았을 뿐이니 말짱 공염불이다.

‘공짜 복지’로 세출은 폭증한 반면 경기 침체로 세금은 잘 걷히지 않아 재정은 파탄지경이다. 지난해 세수 부족이 11조 4000억원으로 사상 처음 10조원을 돌파했고 재정 적자는 30조원을 넘었다. 기초연금, 무상보육, 무상급식의 3대 복지 예산만도 2014년 22조원에서 2017년 30조원으로 급증한다니 이대로 가다간 우리라고 아르헨티나나 그리스 짝이 나지 말란 법이 없다.

이젠 합리적 대안을 찾을 때다. 정부는 아직 정책기조를 바꿀 기미가 안 보이지만 대세를 거스르긴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고 야당 주장대로 ‘부자 증세’를 무턱대고 받아들일 수도 없다. 복지를 마구 늘리다 좌초한 일본 민주당이나 대선 공약인 부자 증세를 2년도 안 돼 접은 프랑스 롤랑드 정권 같은 훌륭한 반면교사에서 보듯 또 다른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에 그칠 공산이 커서다.

무차별 복지는 선별 복지로 바꾸고 복지 전달 체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등 복지 구조조정이 먼저다. 그래도 부족하면 그때 증세 카드를 꺼내도 늦지 않다. 당연히 ‘가진 자’의 부담이 커지겠지만 그것 역시 국민적 합의가 전제돼야 함은 물론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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