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자의 비행기 꿀팁]⑦비상구 좌석에 숨겨진 비밀

  • 등록 2016-09-24 오전 8:00:00

    수정 2016-09-24 오전 8:00:00

항공사 기종별 좌석배치는 미리 확인하고 가는게 좋다. (왼쪽) 델타 B717-200 항공기는 비상구 열 좌석이라고 해서 앞뒤 간격이 넓지 않다. (오른쪽) 대한항공 A380-800 항공기는 46D 열이 넓게 배치돼 있다. 시트그루 제공
[이데일리 신정은 기자] A씨는 지난달 미국 여행을 하다 우연히 비행기 비상구 열 좌석에 앉게됐다. 그런데 평소 알던 것과 다르게 비상구 열 좌석이 오히려 일반 좌석보다 좁게 느껴졌다. 심지어 등받이도 조절이 되지 않았다. 어떤 항공사는 비상구 열 좌석이 더 넓다는 이유로 추가비용을 받기도 하는데 과연 어떻게 된 일일까.

이는 비행기 좌석 배치가 항공사의 선택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A씨가 탑승했던 비행기는 델타항공의 B717-200 여객기다. 이 여객기는 비상구 열 좌석의 앞뒤 간격을 조금 더 좁게 설계한 대신 비상구를 열 수 있도록 문 앞에 좌석을 설치하지 않았다.

국토교통부가 고시한 운항기술기준에 따르면 비상구 접근통로는 장애물이 없어야 하고 폭이 최소 20인치는 돼야 한다. 승객들이 쉽게 탈출할 수 있게 여유공간을 둔 것이다. 일반적으로 이코노미 클래스 좌석의 앞뒤 공간은 17~18인치 정도다. 이를 포함해 모두 6가지의 규정이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가이드 라인에 맞춰 전세계에서 통용되고 있는 운항기술기준을 따르고 있다”며 “항공사가 좌석 배치 시 최소 기준을 충족한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내 항공사들은 대부분 고객의 선호에 맞춰 비상구 옆 좌석의 앞뒤 간격을 넓히는 쪽을 택하고 있다.

이처럼 각 항공사 마다, 또 기종마다 좌석 배치가 다르다 보니 비상구 열이 아닌데도 간격이 넓은 좌석도 나온다. 대한항공(003490)의 A380-800 항공기는 46D 좌석이 다리를 뻗을 수 있다.

장시간 비행에 좀 더 좋은 좌석을 차지하고 싶다면 미리 항공기 기종의 좌석배치를 확인하고 가는 것이 좋다. 가장 유용한 사이트는 시트구르(www.seatguru.com)다. 항공사 기종별 좌석배치와 추천좌석, 화장실, 출입구 등 시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다만 아직까지 한국어 서비스는 되지 않는다.

그러나 비상구 열 좌석이라고 해서 좋은 점만 있는건 아니다. 보통은 앞 좌석이 없기 때문에 식사를 할 수 있는 테이블을 의자 사이에서 꺼내야 하고, 팔걸이도 올라가지 않는다. 또 영화 등을 볼 수 있는 모니터도 직접 아래서 꺼냈다가 접어둬야 한다. 때로는 아기들이 누울 수 있는 침대를 설치해 생각보다 여유공간을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바로 앞에 승무원이 앉는 접이식 보조좌석이 있어 이착륙 과정에서 승무원을 마주봐야 하고 좌석 앞에 짐을 둬서도 안된다.

비상구 열 좌석은 무엇보다 앉을 수 있는 탑승객이 제한적이다. 운항기술기준에 따라 객실승무원은 적합한 기능을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되는 승객을 비상구 열 좌석에 앉혀서는 안된다. 예를 들어 15세 미만이거나 콘텍트 렌즈나 안경을 제외한 다른 시력 보조장비 없이 승객 탈출을 도와 줄수 없는 자, 일반적 보청기를 제외한 다른 청력 보조장비 없이는 승무원의 탈출지시를 듣고 이해 할 수 없는 자, 다른 승객들에게 정보를 적절하게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한 자 등이 이에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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