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지붕없는 미술관 '고흥'의 봄이 무르익다

  • 등록 2015-04-14 오전 6:45:00

    수정 2015-04-14 오전 8:15:59

전남 고흥 외나로도 봉래산에 자리한 삼나무 숲길. 고흥마중길이라 부른다. 이 곳에는 약 100년생 삼나무와 편백나무 9000여 그루가 사철 푸른 모습으로 도열해 있다. 편백나무와 삼나무가 어득한 그늘을 만드는 숲길은 보드라운 흙길이라 걷기에도 좋다.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이즈음 전남 고흥 땅은 초록으로 가득하다. 고흥 땅 어디에나 구릉을 따라 심어진 마늘이 성성하고 보리밭도 푸름이 더해가고 있다. 길가의 텃밭에 심은 갓에는 마침 내린 봄비가 동글동글 맺혔다. 고흥에서는 어디로 향하든지 이런 초록의 전경으로 가득 차 있다. 시야에 보이는 풍경은 액자에 가둬 두면 그것 그대로 ‘봄의 풍경’이 될 정도다. 그 덕에 ‘지붕 없는 미술관’으로도 불리는 고흥 땅, 그중에서도 덜 알려지고 더 그림 같은, 숨어 있는 봄 풍경을 만나보고 왔다. 수도권에서 보면 멀고도 먼 남도 끝자락 여행. 하지만 꽃다운 봄날을 누리는 여정이다.

고흥군은 우주발사전망대 일원에 길이 3㎞의 ‘다랑논 유채꽃 둘레길’과 해발 449m의 우미산 천년의 오솔길에 핀 생강나무꽃과 진달래꽃, 벚꽃길을 연계한 다양한 트레킹 코스를 개발했다.


◇바람에 날리는 비단 같은 섬 ‘나로도’

우주항공도시 고흥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나로도다. 고흥읍에서 동남쪽으로 36㎞ 떨어진 곳에 있는 외딴 섬. ‘나로호’의 이름도 나로도에서 나왔다. 바다에서 본 섬의 모습이 마치 바람에 날리는 비단 같아서다.

나로도를 여행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뱃길과 육로를 이용하는 것. 비단 같은 섬은 뱃길로 봐야 한다. 나로도항에서 유람선을 타고 섬을 왼쪽으로 끼고 돌아 다시 나로도항으로 돌아오는 코스가 일반적이다. 바다에서 바라본 외나로도의 해안은 땅에서 보는 것과는 천양지차다. 기암절벽이 연속으로 이어진다. 서답바위가 반기고 이어 암초 곡두여가 눈에 들어온다. 맷돌 형상이다. 불쑥 솟은 바위와 벌렁 드러누운 바위가 묘한 조화를 이룬다. 곡두여를 지나면 사자바위와 카멜레온바위, 부처님바우 등이 부채를 펼쳐놓은 듯 줄줄이 이어진다. 이름을 따라 바위를 찾아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 사자바위를 지나면 우주센터가 눈에 들어온다. 봉래산 아래 자리 잡은 모습이 마치 새가 알을 품고 있는 듯한 형상이다. 천혜의 요새다.

육로의 주요코스는 외나르도다. 나로도는 내나로도와 외나르도로 나뉘는데 고흥에서 나로대교를 지나면 내나로도, 여기서 다시 다리를 건너면 외나로도다. 외나로도가 알려진 것은 우주센터 덕. 하지만 우주센터는 일반인의 출입이 엄격하게 통제된다. 우주센터와 발사대를 기대하고 왔다면 십중팔구 실망하게 마련이다. 관광객은 우주센터 입구나 우주과학관, 나로호 모형 우주선 정도만 들러볼 수 있다. 그렇다고 우주과학관이 실망스럽다는 것은 아니다. 전시물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적이고 교육적이다.

그럼에도 외나로도를 찾아간 이유는 봉래산 자락을 가득 메운 우람한 삼나무와 편백나무 때문. 우주과학관 앞의 작은 다리에서 오른편으로 난 샛길을 따라 저수지를 지나 10분쯤 오르면 힘찬 삼나무·편백나무숲이 펼쳐진다. 하늘을 찌를 듯 솟은 숲의 수목은 삼나무로 잘 알려졌지만 찬찬히 둘러보니 오히려 편백나무가 더 많이 눈에 띈다. 삼나무와 편백나무는 겨울에도 짙푸른 상록림이지만, 겨울의 어두운 초록은 봄에 물이 오르기 시작하면서 화사하게 생기를 품는다.

숲이 시작되는 중턱의 돌담들이 서 있는 집터에서 바라보는 숲은 그야말로 탄성이 절로 나온다. 숲은 맑은 날의 풍광도 좋지만, 비가 내리고 안개가 피어날 때가 가장 아름답다. 일순 안개가 숲을 빨아들였다가 내뿜는 모습에서는 이국적인 정취를 느낄 수 있다.

거금도 둘레길에서 바라본 거금대교의 모습.


◇고흥반도의 서남쪽 끝 섬 ‘거금도’

거금도는 남해에 둥둥 떠 있던 외로운 섬이다. 거금도라 불린 이유가 재밌다. 섬에 큰 금맥이 있었다는 것이다. 처녀지나 다름없던 섬마을이 육지로 편입된 것은 2011년. 거금대교가 개통되면서부터다. 면적 65㎦(약 1만 9600평). 육지가 되기 전에는 국내 섬 가운데 10번째로 컸고, 육지와 연결되지 않은 섬 가운데는 제주도와 울릉도 다음으로 컸다. 이제 막 봉인에서 해제된 거금도는 빼어난 풍광과 명소를 아낌없이 드러내고 있다.

거금도에는 고흥의 녹동항 쪽에서 소록도를 딛고 건너간다. 거금대교는 총연장 6.67㎞. 육상구간을 빼면 바다를 건너는 교각구간은 2㎞ 남짓이다. 높이 168m의 주탑 두 개가 케이블로 연결한 상판을 버티고 서 있다. 늘씬하게 잘 생겼다. 다리가 보여주는 조형미만으로도 가 볼 이유는 충분하다.

가장 독특한 건 다리 상판이 2층으로 돼 있다는 점. 2층 상판의 도로 위를 차량이 시원스레 달리고 아래층은 보행자와 자전거가 다닌다. 도로 옆에 보도를 놓은 다른 다리와 뭐가 다를까 싶었는데, 한 층의 다리를 다 차지하고 활보하는 기분은 차량의 소음 속에서 옹색한 보도를 따라 건너는 것과는 전혀 달랐다. 걸으면서 좌우 양쪽의 바다를 다 볼 수 있다. 빤히 건너다보이는 작은 섬인 상화도와 하화도 앞으로 고깃배와 어선, 화물을 실은 상선이 오간다. 배들이 바다 위로 길게 끌고 가는 포말에 햇살이 부딪쳐 반짝인다. 한 번도 경험해본 적이 없는 이런 길을 따라 바다를 건너 섬으로 걸어 들어간다.

거금도에 당도하면 먼저 섬을 한 바퀴 도는 해안일주도로에 오르는 게 순서다. 거금대교에서내려서자마자 금산면사무소를 지나면 ‘김일기념관’이 있다. 그 뒤쪽엔 체육관도 있다. 거금도는 1960~70년대 가히 ‘국민적 영웅’이던 프로레슬러 김일의 고향이다. 당시 김일 선수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너나없이 어려웠던 시절, 온 국민은 야비한 반칙을 밥 먹듯이 하는 일본선수를 단번에 때려눕히던 김일의 박치기 한 방에 시름을 잊곤 했다.

섬 안에서 가장 빼어난 곳은 오천항 일대다. 이곳 바다는 제법 번성한 어촌마을의 포구와 그 앞에 떠있는 섬들이 어우러져 그윽한 정취를 빚어낸다. 대취도, 소취도, 모녀도, 독도, 준도…. 고만고만한 섬들은 난대림으로 온통 짙푸르다. 낭만을 이야기하자면 바로 여기를 빼놓을 수 없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거금도 둘레길을 걸어봐도 좋다. 둘레길은 총 7개 구간. 마라톤 코스 42.195㎞와 같은 길이다.

고흥 중산일몰전망대에서 바라본 일몰풍경. 도로변에 위치한 중산일몰전망대 앞으로 우도를 비롯한 크고 작은 섬들이 득량만을 향해 징검다리처럼 뻗어 나간다. 해질녘 붉게 물든 갯벌에서 뻘배에 의지해 꼬막을 채취하는 아낙들은 한 폭의 그림이다.


◇여행메모

△가는길=호남고속도로 익산 갈림목에서 익산-장수 간 고속도로로 갈아탄 뒤 완주에서 다시 완주-순천 간 고속도로로 갈아탄다. 순천에서 내려선 뒤 벌교를 지나면 고흥이다.

△잠잘곳=거금도 안에는 괜찮은 숙소들이 꽤 있다. 거금도 한옥민박(061-282-5327)은 바다를 마당으로 둔 운치 있는 한옥이다. 잔디마당 너머로 공룡알 해변을 앞에 두고 있는 하얀파도펜션(061-844-1232)도 추천할 만한 곳이다.

△먹을곳=고흥의 먹을거리라면 단연 활어회. 이즈음이 딱 제철인 것이 삼치다. 고흥에서는 삼치를 회로 낸다. 삼치회를 차려내는 식당은 나로도항 일대에 모여 있다. 다도해식당(061-834-5111)이 이 일대에서 제법 알려진 곳. 이외에도 순천식당(061-833-6441), 진미회관(061-833-6615) 등이 있다.

△고흥우주항공축제=오는 24일부터 26일까지 사흘간 박지성 종합운동장에서 ‘고흥우주항공축제’가 열린다. 우주항공시설을 연계한 전국 최고의 우주항공 테마형축제다. 매년 10만명 이상이 찾는 대표적인 과학축제 중 하나. 2004년부터 매년 봄에 개최돼 올해로 12회째를 맞았다. 모형로켓 발사체험, 에어로켓 만들기 체험, 미니로봇체험 등 우주항공 체험행사와 우주항공홍보관, 모터 패러글라이딩 시연, 스페이스 매직쇼, 유등전시 등 볼거리도 다양하다. 061-830-5305.

거금도 오천항 모습. 이곳 바다에는 제법 번성한 어촌마을의 포구와 그 앞에 떠있는 섬들이 서로 어우러졌다. 남쪽바다의 그윽한 정취를 빚어낸다.
벚꽃이 만개한 고흥만 벚꽃길 풍경. 벚꽃길은 고흥만 방조제에서부터 8㎞ 가까이 되는 도로변 양쪽으로 꽃 터널을 이뤘다.
벚꽃이 만개한 고흥만 벚꽃길 풍경. 벚꽃길은 고흥만 방조제에서부터 8㎞ 가까이 되는 도로변 양쪽으로 꽃 터널을 이뤘다.
고흥우주발사전망대에 오르면 호수같이 조용한 바다에 콩을 한줌 쥐었다 휙 뿌려 놓은 듯한 수많은 섬들이 눈앞에 들어온다. 전망대 왼쪽에는 유채꽃이 흐드러지게 핀 다랑이 밭이 층층이 있어 그 아름다움을 더한다.
고흥 우주발사전망대에서 바라본 일몰 풍경. 한낮의 밝은 빛을 잃고 서서히 사그라드는 낙조가 한편의 서정시를 연출한다.
고흥 우주발사전망대에서 바라본 일몰 풍경. 한낮의 밝은 빛을 잃고 서서히 사그라드는 낙조가 한편의 서정시를 연출한다.
고흥 중산일몰전망대에서 바라본 일몰풍경. 도로변에 위치한 중산일몰전망대 앞으로 우도를 비롯한 크고 작은 섬들이 득량만을 향해 징검다리처럼 뻗어 나간다. 해질녘 붉게 물든 갯벌에서 뻘배에 의지해 꼬막을 채취하는 아낙들은 한 폭의 그림이다.
거금도는 1960~70년대 가히 ‘국민적 영웅’이었던 프로레슬러 김일의 고향이다. 거금대교를 건너면 금세 금산면사무소를 지나게 된다. 면사무소를 지나자마자 ‘김일기념관’이 있다.
전남 고흥 거금도에 있는 김일기념관의 故김일 선생의 동상.
거금도 둘레길에서 바라본 한려해상.
거금도 둘레길에 조성된 ‘해양낚시공원’
나로우주센터 들어서 있는 나로호 발사체 모형.
나로우주센터 내부
전남 고흥 외나로도의 봉래산(410m)‘고흥마중길’에 놓여진 약 100년생 삼나무와 편백나무 9000여 그루가 사철 푸른 모습으로 도열해 있다. 얼추 100년이 다 된 나무의 둥치가 한 아름이다. 편백나무와 삼나무가 어득한 그늘을 만드는 숲길은 보드라운 흙길이라 걷기에도 좋다.
고흥 우주발사전망대에서 바라본 고흥 반도의 모습. 고흥 우주발사전망대 인근에 다랑논 둘레길이 조성돼 있어 상춘객들과 트래킹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우주발사대 모양의 우주발사전망대에서는 나로우주센터 우주발사체장면과 다도해의 아름다운 절경을 한 번에 볼 수 있다. 나로우주센터와 직선으로 17㎞ 거리에 위치해 있다
석양이 아름다운 전남 고흥의 형제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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