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동물을 찾아서]무지개 팔색조 제주로 돌아온 이유

동남아 산림개발로 서식지 줄어 세계적 멸종위기종
해마다 5월 제주 남해안 지역 찾아 보금자리 틀어
"개발만능주의 아닌 더 큰 가치 찾기 시작해야"
  • 등록 2015-06-13 오전 7:00:00

    수정 2015-06-13 오전 7:00:00

팔색조(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이데일리에서는 멸종위기에 처했거나 이미 멸종된 동식물을 소개하는 기사를 국립생물자원관의 도움을 받아 연재합니다. 인간의 남획과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환경변화는 수십년 전만 해도 쉽게 접할 수 있던 동식물들마저 멸종 위기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이번 연재를 통해 멸종위기 동식물들에 대해 보다 많은 독자들이 관심을 가져주길 기대합니다.[편집자주]
[제주=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얼마전 람사르습지로 인증받은 제주 숨은물뱅듸에 다녀왔습니다. ‘제주의 숨겨진 보물’이란 얘기에 눈으로 확인해 보고 싶었습니다. 숨은물뱅듸를 찾아 한라산을 오르던 중 어디선가 ‘호잇-호잇 호잇-호잇’ 소리가 들렸습니다.

동행했던 오홍식 제주대 과학교육과 교수는 ‘호잇’ 소리의 주인이 ‘팔색조’라고 알려줬습니다

팔색조는 분류학상 참새목 팔색조과 팔색조속에 속하는 새입니다. 참새와 생김새가 비슷한 면도 있지만, 참새보다 크고 아름답습니다. 1850년 네덜란드학자가 처음 발견한 세계적인 희귀조류입니다.

머리 옆선은 밤색, 눈썹 선은 담황색, 눈앞쪽부터 뒤쪽까진 검정색, 날개 덮깃은 어두운 녹색, 허리는 하늘색, 아래꼬리 덮깃은 짙은 붉은색입니다. 8가지 색깔의 깃털을 가지고 있어 팔색조라고 불립니다. 번식기에는 아래꼬리덮깃부터 배 전체까지 뻗은 붉은색이 보다 선명해지면서 깃털색이 10가지로 늘어난다고 합니다.
새끼에게 먹이를 나눠주고 있는 팔색조 어미(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우리나라에는 5월에 찾아와 6~8월에 새끼를 낳고 키웁니다. 새끼가 혼자 날 수 있을 때인 10월이 되면 겨울을 나기 위해 인도차이나반도로 떠납니다. 최근 이들의 주요 서식처인 동남아시아 활엽수림대가 각종 개발로 훼손되면서 멸종위기에 몰렸습니다. 전세계적으로 2500~1만여마리만 남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팔색조를 멸종위기 취약종으로 특별 관리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멸종위기야생생물 2종으로 등재해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여름을 지내는 곳은 주로 대만과 일본이었습니다. 일본의 경우 환경단체가 숲을 사들여 팔색조 보호에 나설 정도로 공을 들이고 있지만, 해마다 일본을 찾는 팔색조 수는 줄고 있다고 합니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 제주와 남해안 지역을 찾는 팔색조는 최근들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과거 수십마리에 불과했던 게 최근에는 200여쌍로 늘어났다고 합니다.

자연보호 노력에 힘입어 훼손됐던 숲이 푸르름을 되찾자 새들이 다시 찾아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들은 주로 인적이 드문 해발 100~800m 사이의 하천변 상록활엽수 계곡과 곶자왈숲 지역 등에서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먹이인 지렁이를 쉽게 확보할 수 있어서입니다. 제주를 찾는 팔색조가 늘어나자 팔색조를 연구하는 각국 학자들도 제주를 찾고 있다고 합니다.

새끼의 배설물을 물고 가는 팔색조(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이런 자연스러운 흐름에 인간의 개발만능주의가 제동을 걸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립니다. 최근 서귀포 계곡 주변에서 개발 공사가 진행되며 ‘쿵쿵’ 거리는 소리에 놀란 팔색조가 다른 곳으로 둥지를 옮기고 있다고 합니다. 다시 돌아온 손님이 내쳐지고 있는 것입니다.

오홍식 교수는 말합니다. “팔색조 번식지가 있다는 건 우리나라 환경이 아직 좋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이같은 번식지를 보호해주지 않으면 팔색조는 세계적으로 영원히 사라져버리는 새가 될지도 모릅니다. 이들뿐만 아니라 많은 새들이 우리나라에 찾아올 수 있도록 숲을 가꾸는 일에 노력과 관심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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