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씨는 현재 서울 시내 3개 대학에서 교양체육 과목을 맡고 있다. 가끔 지방대에도 출강을 한다. 이 학교 저 학교를 기웃거리며 수업을 하다보면 금세 하루가 다 간다. 한달에 들어오는 소득은 150만원을 넘지 못한다. 시간과 돈을 개인 연구에 투자하기는커녕 매달 생활비로도 빠듯하다.
결혼한지 7년이 넘었지만 저축은커녕 애들 유치원 보내기도 버겁다. 맞벌이가 아니었다면 벌써 보따리상을 접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애들이 가끔 아빠 직업을 물을때면 더욱 가슴이 저려 온다고 고백했다. 당당하게 아빠 직업은 `대학교수`라고 말하는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그런 그에게 문대성 새누리당 국회의원 당선자의 논문 표절 이야기를 꺼냈다. 아니나 다를까. 흥분을 감추지 못한 그는 "체육학은 의학, 역학, 심리학, 사회학 등 여러 인문·자연과학과 신체 활동이 한 데 어우러진 종합 학문"이라며 "단순히 운동을 잘한다고 강단에 설 수 있는 만만한 학문이 아니다"라고 언성을 높였다. 이어 "체육학과 교수 자리가 스포츠스타들의 전관예우 자리 정도로 인식되고 있으니……"라며 혀를 끌끌 찼다.
"그 당시엔 체육강사를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심적으로 힘든 시기였는데 박모 선수가 군대가기 싫어서 대학원을 온다고하니 정말 힘이 많이 빠졌다"며 "대학원이 무슨 애들 장난도 아니고 석사논문을 과연 자기 힘으로 쓸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며 불쾌한 속내를 감추지 못했다.
이씨와의 인터뷰를 끝내며 돌아서는 길. 그는 자신의 실명과 신상정보를 밝히지 말아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자기 입으로도 비판했지만 체육계와 학계의 강고한 집단주의 속에서 자신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최소한의 학자적 양심마저 지키기 어려운 현장. 문대성 당선자의 논문 표절 사태도 이런 현실 속에서 태어난 괴물일 것이다. ▶ 관련이슈추적 ◀ ☞ 표절로 멍든 체육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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