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탈세계화 가속…제조업 첨단화로 대응해야”

[특별 연속기획: 코로나19와 그 이후]
장지상 산업연구원 원장 강연
"강점 살려 지역 가치사슬 속 역할 찾아야"
"부실기업 당장은 살리되…재편 서둘러야"
  • 등록 2020-06-22 오전 5:00:00

    수정 2020-06-22 오전 5:00:00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장지상 산업연구원 원장이 19일 오후 서울 중구 통일로 KG타워에서 이데일리와 한국공공정책개발원 주최로 열린 특별 연속기획 ‘코로나19와 그이후’에서 ‘정부의 산업 정책 방향’이란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우리나라를 동아시아 지역 가치사슬(RVC·Region Value Chain)의 첨단 제조업 엔지니어링 플랫폼으로 활용하게 하자.”

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의 장지상 원장은 이데일리와 한국공공정책개발원이 19일 서울 KG타워 하모니홀에서 공동 개최한 ‘특별 연속기획: 코로나19와 그 이후’ 강연에서 이 같은 구상을 제시했다.

그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탈 세계화로 미국 중심의 인도-태평양 RVC와 유럽연합(EU) 중심의 유럽 RVC, 중국 중심의 동아시아 RVC 등 지역별 독자 공급망이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우리는 제조업 엔지니어링에 강점이 있으니까 이걸 좀 더 디지털·스마트화해서 동아시아 RVC 내 첨단 제조업 엔지니어링 플랫폼으로서 중국과 동남아시아국가, 인도와 협력하자”고 제언했다.

“2008년부터 이미 탈 세계화…탈중국 속도 더 빨라질 것”

장 원장은 탈 세계화는 이미 2008년 국제 금융위기 때부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미국 오바마 정부 때부터 제조업 르네상스 부르짖기 시작했고 이게 트럼프 정부 출범과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을 계기로 더 심화해 현재의 미-중 갈등 심화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은 이번 코로나19 위기를 계기로 의약·보건·의료제품 같은 필수 품목도 아시아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는 걸 확인했다”며 “미국이 앞으론 본격적으로 탈세계화, 탈중국화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장 원장은 우리가 이 과정에서 애매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은 주요 7개국(G7) 회의에 한국을 초청하는 등 우리 편으로 붙으라고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세계 최대 시장이자 우리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을 무시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장 원장은 “미국은 중국 중심의 글로벌 가치사슬(GVC)에서 벗어나 동남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한 인도-태평양 가치사설을 형성하고 중국은 거대 시장을 배경으로 자국 중심의 독자적인 공급망 구축을 추진할 것”이라며 “내수 시장이 작은 우리는 미국, 중국, EU 등 그 어느 시장의 공급망과 표준에 다 맞춰가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장지상 산업연구원 원장이 19일 오후 서울 중구 통일로 KG타워에서 이데일리와 한국공공정책개발원 주최로 열린 특별 연속기획 ‘코로나19와 그이후’에서 ‘정부의 산업 정책 방향’이란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외국으로 나갔던 기업을 국내로 돌아오게 하는 이른바 리쇼어링(reshoring) 정책 강화 필요성도 강조했다. 장 원장은 “미국, 일본 등 다른 나라가 리쇼어링에 박차를 가하는 만큼 우리도 기업 유턴 정책을 펼쳐야 한다”며 “전략적으로 중요한 품목·업종은 효율성보다 안정성이 중요한 만큼 정부가 지원해서라도 돌아오게 하거나 못 나가도록 묶어둘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자동화가 쉬운 자동차·전자·기계 업종과 의약·바이오처럼 연구개발 중심 업종 등을 주요 리쇼어링 대상으로 지목했다. 섬유나 의류 등 업종은 현실적으로 복귀가 어렵다는 것이다. 장 원장은 “현지 시장에 진출하거나 인건비를 낮추려고 나간 기업을 되돌아오게 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라면서도 “정부가 국내에 스마트 공장을 짓는 기업에 돈을 대 준다면 일부는 복귀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실기업 당장은 살려야 하지만…사업 재편 속도 낼 필요”

장 원장은 코로나19 이후 탈 세계화와 함께 산업구조 재편도 가팔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1~3차 산업에 걸쳐 정보통신(IT) 기술이 융합하는 디지털 전환이 빨라지고 비대면 경제활동도 늘어나리란 것이다. 그는 또 이 과정에서 수많은 부실기업이 등장할 것이라며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기업들이 사업 재편을 서두를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장 원장은 “최근 이른바 좀비기업이 계속 늘어나면서 선제적 구조조정이 필요하게 된 상황”이라며 “코로나19 충격으로 당장은 이들을 구조조정할 수 없게 됐지만 최소한 기업들이 서둘러 사업을 재편해 2차 충격을 줄일 수 있도록 관련 정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기활법) 개정안을 통과하고 개별 기업의 사업 재편 지원 범위를 대폭 확대했다. 또 2월 초 제25차 사업재편계획심의위원회에선 넥스트칩을 비롯한 9개사를 기활법 개정안에 따른 지원 대상으로 승인했다. 오는 24일에도 제26차 심의위를 열고 추가적인 기업 사업 재편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장 원장은 “지난해 기활법 개정으로 자동차 부품 기업이 전자장비(전장) 쪽으로 사업을 재편하겠다고 하면 사업계획만 괜찮다면 복잡한 규정을 떠나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며 “코로나19 때문에 심의 과정에 진도가 안 나가는 측면이 있는데 서두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지상 산업연구원장은…

△1956년 경북 칠곡 출생 △대구 계성고,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서울대 경제학 석·박사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1986년~) △한국학술진흥재단 사회과학단장(2006~2008년) △한국산업조직학회장(2007~2008년) △제15대 한국경제발전학회장(2009~2010년) △경북대 경영대학원장(2011년~) △제21대 산업연구원장(2018년~)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장지상 산업연구원 원장이 19일 오후 서울 중구 통일로 KG타워에서 이데일리와 한국공공정책개발원 주최로 열린 특별 연속기획 ‘코로나19와 그이후’에서 ‘정부의 산업 정책 방향’이란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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