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문안 명소찾아] 소박한 골목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추억

40년 서민 애환 달랜 '동대문 맛집골목'
갈치, 고등어, 삼치...밥도둑 따로 없네, 생선구이골목
한끼 식사는 물론 서너명 안줏거리로도 푸짐, 닭한마리골목
  • 등록 2015-05-19 오전 6:33:00

    수정 2015-05-19 오전 7:39:26

동대문 생선구이골목. 좁고 허름해 보이는 골목 사이로 뽀얀 연기가 자욱하다. 동대문 생선구이 골목은 과거 동대문시장 상인과 평화시장 상인의 한 끼 식사를 책임지던 곳이 어느새 40년 역사가 쌓였다.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서울의 중심을 가로지르는 청계천. 그 중류로 내려가다 보면 새의 날개를 형상화한 나래교가 나온다. 나래교와 버들다리 사이에서 종로 쪽으로 올라서면 ‘동대문 맛집골목’이다. 정확한 명칭은 아니지만 언제부턴가 이곳은 그렇게 불리고 있다. 골목 안에는 ‘생선구이집’과 ‘닭한마리집’이 빼곡하다. 한끼 식사는 물론 저녁시간 서너 명 안줏거리로도 싸고 넉넉하다. 주머니 가벼운 이들에겐 그야말로 ‘천국’인 셈. 일상의 작은 행복, 삶의 여유란 바로 이런 데서 찾을 수 있는 게 아닐까. 종로와 청계천, 을지로 일원은 예부터 시장통을 오가는 사람을 위한 식당들이 하나둘씩 생겨나면서 사람 한 명 겨우 지나다닐 정도로 난 골목까지 옛날 그대로다. 겉모습이 꾀죄죄하다고 선뜻 들어서길 망설인다면 평생에 몇번 맛볼 수 있는 제대로 된 맛을 놓치는 거다. 편견 없는 사람만이 찾을 수 있는 참맛을 따라 이제 그 골목으로 들어서보자.

서울 동대문 생선구이골목에서 가장 오래된 호남집의 생선구이. 제철 생선으로 상을 내지만 갈치, 삼치, 고등어, 조기 등 네 종류는 기본 메뉴다. 주문과 동시에 즉석에서 생선을 구워 연탄 불맛에 배인 담백하면서도 부드러운 살맛이 일품이다.


◇이런 밥도둑이 있나…살살 녹는 생선구이

좁고 허름해 보이는 골목 사이로 뽀얀 연기가 자욱하다. 백열등 아래 화로에서 지글거리는 생선. 식욕이 절로 돋는다. 동대문 생선구이 골목은 과거 동대문시장 상인과 평화시장 상인의 한 끼 식사를 책임지던 곳이. 어느덧 40년 역사가 쌓였다.

원래 이곳은 백반가게가 많았다고. 하지만 1970년대부터 찾아드는 학생과 상인이 많아지면서 생선구이집이 인기를 끌기 시작됐다. 누가 이끌지도 않았는데 하나둘 자연스럽게 문을 열었다. 이곳 생선구이집의 특징은 모두 연탄구이라는 것. 가게마다 연탄아궁이를 길가에 내놓고 구이실력을 뽐낸다. 구이에 연탄을 쓰면 식재료 고유의 냄새가 사라진다. 구이 전문가들 입장에선 최악의 조리법일지 모르나 연탄구이에는 가스나 전기가 흉내낼 수 없는 구수한 추억과 정이 있다.

처음 문을 연 곳은 ‘호남집’이다. 40년 동안 동대문시장 한자리에서 묵묵히 생선만을 구워왔다. 주문과 동시에 즉석에서 구워주는 생선은 연탄 불맛이 가미된 담백하면서도 부드러운 살맛이 일품이다. 제철 생선으로 상을 내지만 갈치, 삼치, 고등어, 조기 등 네 종류는 기본 메뉴다. 호남집의 주인장은 이덕근(75) 사장. 생선 한 마리 가격이 130원이던 시절부터 굴비백반에 7000원을 받는 지금까지 변함없이 손님을 맞는다. 이 사장은 “새벽부터 저녁까지 종일 생선을 굽는 일이 힘에 부칠 때도 있지만 일부러 찾아오는 단골손님을 생각하면 하루도 쉴 수가 없다”고 말한다. 그 맛 한번 보려고 오늘도 가게 앞에는 줄이 길다. 4색 생선구이와 더불어 낙지볶음, 오징어볶음, 제육볶음, 청국장, 순두부찌개, 된장찌개 등 기본 반찬을 제공하는 집밥을 낸다.

생선구이의 노하우를 물었더니 이 사장은 “하루동안 냉장고에서 숙성하고 연탄불에서 직화로 구워내는 것이 비결”이라고 소개한다. 은은하게 굽는 것이 중요하단다. 센 불에는 껍질이 타고 속이 부드럽지 못하다. 은은한 불로 3~5번 정도 뒤집어주면 속살까지 잘 익는다. 소금간은 적게 하는 편이다. “생선 고유의 고소한 맛을 느껴야지 소금간을 앞세우면 맛이 덜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외국 관광객 필수코스가 된 ‘닭한마리골목’

연기 가득한 생선구이골목을 지나면 바로 닭한마리골목으로 이어진다. 크고 작은 닭칼국수 가게들이 저마다 원조라는 간판을 걸고 성업 중이다. 이곳 닭칼국수의 특징은 닭을 넣은 육수에 간이 칼칼하게 밴 김치를 넣고 끓여 감칠맛을 돋우는 것. 거기에 부들부들하게 익은 닭의 하얀 살점을 떼어 고추장·간장·겨자를 적당히 섞은 소스에 찍어 먹으면 더 이상 부러울 게 없다. 닭고기를 건져 먹은 뒤에는 밥을 볶아 먹거나 적당히 국물을 남겨 죽으로 먹을 수도 있다. 가격도 비싸지 않다. 2∼3인분 닭한마리에 2만원, 밥과 국수사리, 감자사리는 2000원, 떡사리는 1000원이다. 가격은 이 골목 어디나 비슷하다. 하지만 맛은 조금씩 다르다. 수십년 한자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저마다의 이유는 하나씩 있는 법. 하지만 어느 가게를 가든 후회는 없다. 취향따라 고르면 그만이다.

그중 한 곳이 ‘원할매닭한마리’ 집. 가볍게 인사를 하고 식당 한 귀퉁이에 자리 잡은 뒤 닭한마리를 주문했다. 엄나무와 황기, 마늘을 넣고 꼬박 하루를 고은 터라 닭 냄새도 기름기도 없다. 주인장은 “끓기 시작하면 바로 먹어도 된다”고 말한다. 닭한마리에 곁들인 감자와 떡이 커다란 양푼냄비가 적당히 끓기 시작하면 새콤달콤한 겨자소스에 닭고기와 떡, 감자를 찍어 먹는다. 이즈음 같이 나온 빨간 양념장(다대기)을 투척할 수도 있다. 칼칼한 국물에 칼국수를 풀어 먹고 공깃밥 한 그릇을 국물에 넣어 죽으로 만들어 먹으면 ‘닭한마리 시식’ 전 과정이 마무리된다.

닭한마리는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여러 설이 있지만 그중 가장 그럴듯한 것은 백숙에서 유례했다는 것. 1970년대 이 인근에는 동대문종합터미널이 있었다. 차 시간에 쫓기던 손님들은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서면서 “닭한마리”를 외쳤고, 그것이 음식이름이 된 것이란다.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식당 평가서인 ‘미슐랭 가이드’에도 소개된 집이 있다. 원조 닭한마리집이라는 데 이견이 없는 ‘진할매 원조 닭한마리’다. 솔깃한 마음에 안을 들여다보면 북적거리는 손님들에 빈자리가 없을 정도. 별점을 주는 ‘레드가이드’가 아니라 한국의 여러 관광지를 소개하는 ‘그린가이드’에 실린 것일 뿐인데도 늘 외국 관광객으로 더욱 북새통이다. 40여년 세월이 익힌 닭한마리의 진짜 맛을 아는지 모르는지.

생선구이골목을 지나면 바로 닭한마리골목으로 이어진다. 크고 작은 닭칼국수 가게들이 저마다 원조라는 간판을 걸고 성업 중이다.


◇여행메모

△가는길=서울선 지하철을 이용하는 것이 편하다. 동대문역(1·4호선) 9번 출구를 나와 걸어서 5분거리다. 자동차로 간다면 지하철 1호선 종로5가역 5번 출구에서 동대문시장 방향으로 직진 후 기업은행 골목에서 우회전 한 다음 다시 30m 직진, 한 번 더 우회전하면 자욱한 연기가 생
선구이골목을 알린다. 생선구이골목과 닭한마리골목은 이어져 있다.

△주변볼거리

▶청계천=2003부터 서울시가 청계천 복원사업을 시작해 2005년 지금의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하천이 흐르는 옆으로 산책로가 조성돼 휴식처로 인기가 높고 걷기에도 좋다. 청계천은 서울시내를 넓게 흐르기 때문에 어느 한곳을 찍어서 말하긴 어렵다. 동대문을 구경하고 찾아가려면 동대문종합시장 근처 오간수교부터 구경하면 된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지상 4층 규모로 마치 우주선을 연상시키는 곡선형 외관엔 알루미늄 패널 4만 5133장이 붙어 있다. 각종 전시·패션쇼·국제회의 등을 여는 알림터를 비롯해 디자인박물관이 있는 배움터 등 모두 5개 시설 15공간이 들어서 있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2007년 동대문운동장을 철거할 때 생각지도 않은 문화유적이 무더기로 발굴돼 역사와 문화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장소로 새롭게 태어났다. 크게 동대문역사관, 동대문운동장 기념관, 디자인갤러, 리이벤트홀, 유구전시장 등으로 구성됐다. 이벤트홀 1층에 카페를 운영 중이다. 전시관은 월요일 휴무.

▶헌책방거리=손때 묻은 헌책의 매력을 찾아 모여드는 이들의 아지트다. 평화시장 1층에 자리잡고 있다. 각종 전문서적부터 소설, 잡지까지 다양한 종류의 책을 접할 수 있다. 헌책방이라고 해서 무조건 낡은 책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잘 찾아보면 깨끗하고 저렴한 책도 많다. 책을 가지런히 정리하지 않고 무더기로 쌓아두고 파는 곳이 많아 원하는 책을 찾으려면 발품 꽤나 팔아야 한다.

호남집 이덕근 사장. 40여년째 연탄불을 고집하고 있다. 연탄구이는 가스나 전기가 흉내낼 수 없는 구수한 추억과 정이 있다.
서울 동대문 생선구이 골목에서 가장 오래된 호남집의 생선구이. 제철 생선으로 상을 내지만 갈치, 삼치, 고등어, 조기 등 네종류는 기본 메뉴다. 주문과 동시에 즉석에서 생선을 구워 연탄 불맛에 배인 담백하면서도 부드러운 속살이 일품이다.
서울 동대문 생선구이 골목에서 가장 오래된 호남집의 생선구이. 제철 생선으로 상을 내지만 갈치, 삼치, 고등어, 조기 등 네종류는 기본 메뉴다. 주문과 동시에 즉석에서 생선을 구워 연탄 불맛에 배인 담백하면서도 부드러운 속살이 일품이다.
닭한마리골목의 원할매닭한마리집이 자랑하는 ‘닭한마리’. 주머니 가벼운 이들에게 한끼 식사는 물론 서너명 안줏거리로도 푸짐하게 먹을 수 있다.
닭한마리골목의 원할매닭한마리집이 자랑하는 ‘닭한마리’. 주머니 가벼운 이들에게 한끼 식사는 물론 서너명 안줏거리로도 푸짐하게 먹을 수 있다.
닭한마리골목의 원할매닭한마리집이 자랑하는 ‘닭한마리’. 주머니 가벼운 이들에게 한끼 식사는 물론 서너명 안줏거리로도 푸짐하게 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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