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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어린 시절에 한 번쯤 해봤을 놀이입니다. 아이들 놀이에 등장할 만큼 여우는 우리에게 친근한 동물입니다. 사람을 ‘여우 같다’고 하면 영리하고 교활하다는 의미지요. 여우는 먹이가 없을 때를 대비해 먹이를 여러 곳에 나누어 보관했다가, 장소를 잊지 않고 찾아갈 정도로 영리하다고 합니다. 늑대가 남성적인 이미지라면 여우는 여성적입니다. 사실 여우와 늑대는 같은 갯과 동물입니다. 여우의 몸길이는 56~70㎝, 꼬리 길이 31~50㎝로 늑대와 비교해 몸집이 왜소한 편입니다.
몸이 홀쭉하고 주둥이가 길고 뾰족하며 귀 뒷면은 검은색입니다. 발등은 마치 검정 구두를 신은 것처럼 검고, 풍성한 꼬리를 갖고 있습니다. 인가에서 멀지 않은 야산 중턱에 주로 서식합니다. 인가 주변에 출몰하는 쥐를 사냥하기 위해서랍니다.
여우는 낮은 구릉 등 흙이 많은 지역에 굴을 파고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햇볕 쐬는 것을 좋아해 여우굴은 주로 보통 볕이 잘 드는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런 곳은 무덤을 쓰기 좋은 명당자리와 겹칩니다. 이 때문에 여우가 밤마다 무덤가에 나타나 시체를 파먹는다는 오해를 받은 탓에 ‘전설의 고향’ 같은 납량영화나 드라마 소재로 쓰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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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성한 여우꼬리로 만든, 여우목도리가 유행한 것도 개체수를 줄이는 데 영향을 미쳤습니다. 사냥꾼들이 곳곳에 쳐놓은 올무와 덫에 걸려 많은 여우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야생동물보호협회에 따르면 1981년까지만 해도 전국 41개 지역에서 여우가 서식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불과 8년 뒤인 1989년 환경처 실태조사에선 여우를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2004년 강원도 양구에서 여우 사체가 발견된 게 마지막 기록입니다.
정부는 2011년부터 여우 복원을 시작했습니다. 2012년부터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에서는 해마다 여우를 소백산에 방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방사된 여우 대부분이 올무나 덫 등과 같은 불법 사냥도구에 목숨을 잃거나 신체를 훼손당한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그동안 방사한 18마리 중 현재 무사히 야생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개체수는 6마리에 불과합니다.
정철운 종복원기술원 팀장은 말합니다. “멸종위기 야생동물을 해치면 법으로 처벌을 받지만, 불법 엽구의 경우 누가 언제 설치한 지를 밝혀내기가 쉽지 않아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현재로서는 불법 엽구들을 찾아내 없애는 게 최선입니다.”
전문가들은 생태계 먹이사슬에서 허리 역할을 하는 여우 복원에 성공하면 먹이사슬 최상위에 있는 호랑이 복원의 단초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여우를 산야에서 손쉽게 접할 수 있게 되면 호랑이 복원도 가능해진다는 얘깁니다.
‘사모님’들의 겨울을 따듯하게 하는 목도리와 동물원 철창 안에 갇힌 여우가 아닌, 산야에서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여우들을 만날 수 있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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