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출산을 두 달여 앞두고서부터 줄곧 마음 아픈 단어가 있었다. 바로 ‘저체중’이다. 마른 아빠와 키가 작은 엄마의 유전자를 물려받아 작을 수밖에 없다는 건 머리로 이해해도, 초음파 검사 때마다 ‘100명 중 뒤에서 10등’이라는 말을 들으면 걱정되는 건 어쩔 도리가 없다. 다행히 우리 아이는 39주 4일에 2.7kg으로 정상 범주로 태어났다. 우리 부부가 생각한 마지노선을 겨우 턱걸이로 맞춰준 아이에게 고맙다. 비교적 작게 태어난 만큼 ‘수유’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아이를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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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후조리원에서의 경험은 초보 엄마아빠에게는 기준과도 같다. 수유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 아이는 조리원에서 수유 당 분유 60ml를 먹었다. 이는 조리원 퇴소 후에도 수유텀마다 먹여야 하는 일종의 임무가 됐다. 다행히 아이는 수유텀마다 50~60ml를 먹어줬다.
해결책을 찾았다고 안심했던 것도 잠시, 아내가 출근해 오후 시간대 홀로 육아를 하던 날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아이가 수유 중 용을 쓰며 빨기를 멈추더니 젖병을 밀어낸 것이다. 잠시 기다렸다가 젖병을 입에 물리는 순간 아이의 코와 입에서 분유가 미사일처럼 뿜어져 나왔다. 찰나의 순간을 눈으로 목격한 나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고, 아이 역시 약 3초간 울지도 않고 허공을 응시했다. 그 후 세상이 떠나갈 듯한 울음을 터뜨렸고, 나는 허둥지둥 아이를 어깨에 매고 등을 연신 두드렸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다행히 수유 중 토하는 건 큰 일이 아닌 비교적 흔한 일이라고 한다. 그날 반나절은 도저히 수유할 자신이 없어 아내가 대신해줬다. 본인 스스로도 놀란 나머지 사정없이 흔들리던 아이 눈동자를 지금도 잊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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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체중’의 꼬리표는 생후 1개월이 다 되어가고 있지만, 떠나가질 않았다. 1차 영유아 검진에서 우리 아이의 몸무게는 3.5kg, 생후보다 700g 는 것으로 나왔다. 우리 부부는 매일 아이의 체중을 재고 있었고, 잘 크고 있다 생각했는데 뒤에서 14등 정도라는 말을 또다시 들었다. 그러면서도 원래 작게 태어난 아이인 걸 감안하면, 수유만 무게 대비 적정량이(몸무게X150ml)면 문제없다고 위로해 주셨다. 우리 아이의 일평균 수유량은 500~600ml이기에 문제가 없단 얘기다. 다만 수유량을 늘릴 수 있으면 늘려보라고 덧붙여주셨다.
유튜브를 찾아보니 ‘젖병 거부’ 현상으로 짐작됐다. 젖병 거부의 원인으로 △먹이기 전 젖병을 거꾸로 세워 공기를 빼지 않은 것 △과식 △헛구역질하거나, 젖병을 밀어내도 부모가 수유를 강요한 것 등이었다. 하나하나 다 우리가 했던 행동들이다. 신생아 때는 이런 행위를 해도 받아들이지만, 생후 1개월이 되어가면 불편감을 느끼고 이를 표현한다고 한다. 무엇보다 부모의 감정을 아이가 느낄 수 있다고도 한다.
이 일 이후 아이에게 수유할 때 아이에게 ‘오늘은 잘해보자, 힘들면 알려줘’라고 말한다. 나에게 스스로 조바심을 갖지 말고, 아이의 패턴에 따라가자는 일종의 최면이다. 다행히 생후 6주차인 지금 헛구역질과 밀어내는 행위는 줄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수유할 때는 이번에도 조금 먹으면 어쩌지, 이번엔 젖병을 거부할까하며 초조해한다. 설마 밥 먹이는 걸로 고생할 줄은 몰랐다. 육아, 참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