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육아]"직장도 포기했는데"…시험관 아이에 수천만원 한숨

난임부부 21만8000명 '만혼→난임→경력단절·저출산' 악순환
만혼·노산에 난임시술 출생아 증가세..지난해 1.9만명 달해
난임지원 5쌍 중 1쌍만 정부서 지원..자격 기준 완화해야
"난임원인 명확히 파악할 수 있는 의료기술 발전 필요"
  • 등록 2016-08-22 오전 6:30:00

    수정 2016-08-22 오전 9:28:21

이데일리는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와 함께 ‘적게 쓰고 크게 키우는 행복한 육아’라는 주제 아래 연속 기획을 게재합니다. 해마다 눈덩이처럼 커지는 육아 부담을 줄여 아이를 키우는 일이 행복이 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보고자 합니다. ‘작은육아’ 기획시리즈에 많은 독자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랍니다. [편집자주]

난임시술 평균 비용과 중단 이유(자료: 보건복지부)
[이데일리 김보영 기자]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결혼 5년차 정윤정(가명·35·여)씨는 며칠 전 의사로부터 인공수정 시술에 실패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벌써 7번째다. 난임시술 성공률이 높지 않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수차례 실패가 반복되다 보니 몸도 마음도 지쳤다. 마음 편히 난임시술에 집중하기 위해 회사에 휴직계까지 냈는데, 아무런 결과 없이 복직할 생각을 하니 착잡하다. 남편은 한 번 더 도전해보자고 하지만 더 이상 비용을 감당해낼 자신도, 회사 눈치를 보며 병원을 왔다갔다 해낼 자신도 없다.



만혼(晩婚)이 증가하면서 노산과 난임으로 인한 치료와 시술 수요 또한 늘고 있다. 그러나 비용부담 탓에 난임시술을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난임치료와 시술을 위해 직장을 그만두는 여성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만혼→난임→경력단절·저출산’의 악순환이다.

시험관수정 1회 300만원…성공률은 30%

통계청 출산통계에 따르면 2010년에는 1만 2841명이던 난임시술 출생아수는 지난해 1만 9103명으로 5년새 32.8%(6262명)가 증가했다. 작년 전체 신생아(43만 8700명)의 4.4%가 인공(체내)수정이나 시험관(체외)수정 등 난임시술 덕에 세상에 태어났다. 2010년 이후 지난해까지 난임시술로 태어난 아이는 8만여명에 달한다.

문제는 난임시술 비용이 워낙 고가인데다 시술 성공률이 10~30%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수차례씩 난임시술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아 비용부담이 만만치 않다.

2014년 보건복지부가 난임부부지원사업 및 난임시술 현황 등을 전수조사한 결과 난임부부( 21만 5000가구)가 인공수정 시술 1회에 들인 평균 비용은 50만원이다. 시험관수정은 인공수정보다 6배 정도 비싸다. 난임부부가 시험관수정 시술 1회에 들인 비용은 평균 300만원이나 된다.

만만찮은 비용부담 탓에 직장생활과 난임 시술을 병행하는 여성들이 많지만 직장생활에 쫓겨 시술에 어려움을 겪고 실패를 반복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3년 가까운 난임시술 끝에 최근 임신한 회사원 김모(38·여)씨는 “난임시술에 수천만원을 썼다. 아이를 갖는데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안들었다. 돈보다는 회사 눈치보며 병원 다니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시간을 맞춰서 진료를 받아야 하는데 직장생활하면서 제시간에 병원에 가는 것이 쉽지 않아 실패를 반복했다”고 말했다.

양모(37·여)씨는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며 난임시술을 병행하다 결국 사직했다. 양씨는 “동료교사에게 일을 맡겨둔 채 병원을 다니는 것이 너무 미안했다”며 “경제적 부담이 걱정되긴 하지만 다른 동료교사들과 원장의 못마땅한 눈초리를 견뎌내는 것이 더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같은 부담을 이기지 못해 난임 치료를 중단하는 부부들도 많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5년 전국 출산력 조사’에 따르면 난임시술을 시도해본 부부 1364쌍 중 469쌍(34.4%)은 난임시술을 도중에 중단했다.

469쌍 중 139쌍(28.4%)은 경제적 부담을 이유로 난임시술을 중단했다. 가장 많은 191쌍(41.1%)은 신체적·정신적 부담을 중단 이유로 들었다.

난임부부 5쌍 중 1쌍만 정부서 지원

전문가들은 정부가 저출산 대책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면서도 막상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난임시술 지원에는 인색하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추산한 난임 환자는 21만 8000명이나 됐지만, 정부 지원으로 난임 시술 지원을 받은 사람은 5만여 명(23.2%)에 불과했다.

지원자격이 전국가구 월평균 소득의 150%(2인가구 기준 583만원)이하에 부인의 연령이 만 44세 이하인 부부로 제한된 탓이다. 아울러 병원에서도 난임 원인을 정확하게 진단하지 못하는 부부들이 적지 않지만 이 역시 난임원인 불명을 이유로 정부 지원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지원금 역시 겉으로 보이는 금액은 크지만 실제 시술에 들이는 비용에 비해 터무니 없이 부족하다.

현재 국민건강보험은 난임 진단을 받았을 경우 과배란 유도 주사 등은 최대 60만원씩 3회(180만원), 인공수정은 1회당 50만원씩 3회(150만원)씩 보장해 주고 있다. 시험관수정은 190만원씩 3회 지원하고 있다.

박춘선 한국난임가족연합협회장은 “인공수정은 1회당 평균 60만~80만원이 들며, 시험관수정은 1회당 400만원 가까이 든다”며 “시술 시도가 3회를 넘는 경우가 부지기수여서 최대 3회인 정부 지원금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현행 난임 지원책이 시술 비용 지원에만 치중돼 있다며 의료 서비스를 강화해 난임 원인을 정확히 파악해 치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난임원인조차 명확히 모른 채 무작정 난임치료와 시술을 받는 부부들이 적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황나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위원은 “난임의 원인을 알지도 못한 채 시술에만 돈을 쓰는 부부들이 전체 난임 환자의 3분의 1이나 된다. 난임의 주체가 아내가 아닌 남편에게 있을 때 보통 ‘원인불명’ 진단을 내리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황 선임위원은 “정부가 난임시술 비용을 대주는 것도 좋지만, 난임 원인을 정확히 파악해 난임부부들의 심리적 압박을 덜어주고 난임시술 성공률을 높이는 의료 서비스 분야의 발전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인공수정(체내수정):남성의 정액 내 불순물들을 제거한 뒤 우수한 정자들을 여성의 자궁 내로 직접 주입해 수정하는 방법. 비교적 간단한 시술로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고 통증도 없으며, 시술비도 20만원~50만원 정도로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단 난관 상태가 양호한 환자들만 이 시술을 받을 수 있다.

●시험관수정(체외수정):직접적인 체내 수정이 불가능한 환자들을 위해 시행될 수 있는 시술 방법. 과배란유도를 통해 한 번에 여러개의 난자를 성장시킨 뒤 이를 체외로 꺼내 남성의 정자와 수정시킨다. 이후 수정란을 3~5일간 배양해 성숙시킨 뒤 다시 자궁 내에 삽입하는(배아이식) 방식이다. 보통 여러개의 배아를 이식하기 때문에 가격이 다소 비싼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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